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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대로라면 새정부 성장률 1%대… 슘페터식 혁신 시급"

슘페터식 혁신 : 기존 상품·서비스 대체할 새로운 수요 창출
한국경제 해법 책으로 출간.. 기업을 제4의 인격체로 보며 적폐.개혁대상 규정은 경계
혁신 막는 4대 분야 지목해 文정부에 50여개 정책 제언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대로라면 새정부 성장률 1%대… 슘페터식 혁신 시급"
"이대로 추세라면 새 정부의 성장률은 1%대를 기록할지 모른다. 슘페터식 혁신으로 보완하지 않은 채 케인스식 단기.금융정책 위주로 계속하는 한 문재인정부 임기말에는 성장률이 0%에 진입하는 '제로 성장'의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 30년 쌓인 구조적 적폐의 총체적 개혁이 필요하다. 성장이 멈추면 주변 경제·군사대국에 둘러싸인 하청국 신세를 영원히 벗어나기 어렵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성장회의론'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들린다. 지난 2007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공직을 떠나 10년간 사인으로, 기업가로 살아왔지만 국가개혁의 못다 이룬 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것 같다. 참여정부 당시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년 장기 프로젝트인 '비전 2030' 수립으로 복지국가의 이상을 드러냈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68)이 20일 오랜 침묵을 깨고 '슘페터식 성장론'이란 한국경제 새 경제해법을 담은 책 '경제철학의 전환'(바다출판사)을 내놨다.

■슘페터주의로 전환…기업 '제4의 인격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업가들이 노동.토지.자본이란 생산요소를 자유롭게 결합해 '창조적 파괴'를 할 수 있어야 성장을 약속할 수 있다. 정부가 할 일은 혁신을 방해하는 장애요인들을 적극 해소해주는 것이다."

변 전 실장은 과거 산업화시대를 이끈 단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에 의존한 케인스식 처방(수요확대책)은 이제 한계에 도달했으며, '슘페터주의'(공급혁신)로 경제정책의 골간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조셉 슘페터는 존 메이어드 케인즈와 20세기 경제학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대가로 경제발전의 근본 동력은 초과이윤을 좇는 기업의 혁신과 창조적 파괴에 있다고 주장한다.변 전 실장에게 있어 '기업'은 슘페터가 바라본 대로 '제4의 인격체'다. 기업을 적폐라든가 개혁대상으로만 보는 '단선적 접근'은 금물이다. 지난 10년간 관료에서 기업가로 변신하면서 체화된 가치일지도 모른다. 과거 그는 또 다른 저서 '노무현의 따뜻한 경제학'에서 "재벌과 대기업은 구분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재벌개혁이란 거대 프레임으로 전선을 확장하기보다는 정밀타격을 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읽혀진다. 이 점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경제민주주의의 흐름과 일맥 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는 혁신의 장애로 '노동.토지.투자.왕래' 4대 분야를 지목하고, 일필휘지 무려 총 50여개의 정책을 제언했다. 기업 해고의 자유를 높이되 해직 근로자의 기본생활을 보장하고, '뼈대만 남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그 이익을 비수도권과 공유하는 방안을 마련토록 하며, 저출산시대 대안으로 이민청의 신설과 해외 유수인력에 대한 신(新)10만 양병설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히 국가경제 재설계를 위한 밑그림이란 평가가 나온다.

■文정부의 과제…4대 자유.50여개 정책 제언

'노동의 자유'는 4대 분야 중 가장 첫 머리에 등장한다. "87년 체제 이후 30년간의 민주화 과정에서 일부분은 노동부문을 과보호해 온 반면 일부 부문은 방치했다."

변 전 실장은 기업 해고의 자유를 의미하는 노동유연성에 대해 "미국보다는 엄격하지만 프랑스보다는 완화된 영국식 모델을 채택하되, 국가가 근로자의 기본적인 생활과 복지를 보장해주는 '노동선택권'을 하나의 패키지로 '명확히' 묶어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월세값에 저당 잡힌 근로자와 가계의 허리를 펴게 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공공임대주택 500만호를 공급해야 한다는 구상도 밝혔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선 통합의 경제학'은 '제2의 토지개혁' 구상에서도 이어진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정당화될 수 없는 부는 땅부자들의 공짜 부동산 이익"이라며 소위 땅부자, 건물주들의 과도한 지대추구 행위를 지적했다.

금융(투자)은 4대 분야 중 가장 혹독한 비판이 가해졌다. 변 전 실장은 "금융은 담보 위주의 저위험 대출에만 몰두하고 있다. 전당포 수준의 영업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금융에선 기업이 제4의 인격체가 될 수 없다고 탄식했다.

그는 노동.토지.투자.왕래의 4대 분야 개혁을 하나의 패키지로 동시에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와 근로자' '수도권과 비수도권'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하게 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변 전 실장은 과거 참여정부 후반 문재인 대통령이 비서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책실장으로서 사실상 투톱 체제를 형성했던 인물이다. 문 대통령은 과거 2012년 그의 저서에 추천사를 보내며 "그는 만나본 관료 중 가장 관료 냄새가 나지 않은 사람이었다"면서 "과거 사건이 그를 유폐시키고 있으며, 졸지에 가려진 그의 경력과 재능, 진정성이 아깝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번 저서가 'J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본격 제안서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