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소로스 전망 주목
"영국.EU 모두 해로워.. 협상 최소 5년 걸려.. 다시 재결합 원할 것"
영국과 유럽연합(EU)이 각각 총선을 치르면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전망, 주목을 끌고 있다. 소로스는 영국과 EU가 브렉시트 공식 협상에 착수하기 전날인 18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우파 타블로이드지인 '더 메일'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19일 CNBC에 따르면 소로스는 기고문에서 "현실은 브렉시트가 (윈윈게임이 아닌) 모두가 잃는(lose-lose) 게임이라는 것"이라면서 "이는 영국과 EU 모두에 해롭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이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 과정에서 EU와 영국 모두 각자 총선을 치르면서 브렉시트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로스는 "이혼 절차는 최소 5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기간 새 선거들이 치러질테고, 모든 게 제대로 돌아간다면 양측(EU와 영국)은 이혼도 하기 전에 재결합을 원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정에 따르면 협상은 2년내 끝내야 하지만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고, EU탈퇴라고 하는 것 역시 전례가 없던 일이라 2년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19일 브렉시트 공식 협상 첫날을 맞은 영국은 이전보다 입장이 많이 누그러진 모습을 보였다. 영국측 협상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은 정식 협상 결과 영국과 유럽이 '새롭고, 깊고, 특별한 동반자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면서 향후 논의에서 영국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분위기'를 추구하려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23일 영국이 국민투표로 브렉시트를 결정한지 1년이 다 돼서야 첫 공식협의가 이날 시작됐지만 갈 길은 멀다.
영국의 입장도 수시로 바뀌었다.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뒤 이를 되돌리려는 시도도 있었고, 협상을 바라보는 영국의 태도도 강경과 온건을 오락가락했다.
당초 브렉시트에 반대했던 테리사 메이 당시 내무장관이 총리에 선출되면서 온건한(소프트) 브렉시트가 예상됐지만 메이 총리는 예상과 달리 강경론으로 기울었다.
영국의 이민규제, 국경통제 등 주권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EU 단일 시장 접근 포기는 물론이고 협상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는 '하드 브렉시트'를 내세웠다. 그러나 이같은 전략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토대로 강경 협상에 나서겠다며 야심차게 치렀던 지난 8일 조기 총선이 보수당 패배를 부르면서 하드 브렉시트는 협상카드 기능을 상실했다.
소로스는 총선 패배로 힘이 빠진 상태라 메이 총리가 자신의 정치노선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영국과 EU 양측간 협상이 공식적으로 개시됐지만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CNN머니는 협상을 어렵게 만들 과제로 우선 교역문제를 꼽았다. 영국은 수출의 44%, 수입의 53%를 EU에 의존하고 있어 브렉시트로 EU와 자유무역 길이 막히면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 협상과 무역협상을 병행하자는 입장이지만 EU는 '선 브렉시트-후 무역협상'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브렉시트를 촉발한 이민 문제는 차라리 난센스다. 유럽에서 유입되는 이민이 싫다며 영국인들이 브렉시트에 찬성했지만 EU 단일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유럽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게다가 영국은 지금 노동력이 부족한 상태다. 실업률은 40여년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고, 영국 주요 산업 부문은 이민 노동자들이 없으면 당장 문을 닫을 판이다. 브렉시트를 위해서는 영국이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아직 내지 않았거나 함께 결정한 프로젝트 사업비 등 미지급금, 이른바 위자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2020년까지 짜여진 EU 예산에서 영국의 몫을 다 내야 한다는게 EU의 입장이다. 금액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EU가 최대 1000억유로(약 126조원)를 요구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온다.
영국내 EU 시민들, EU내 영국 시민들의 권리도 첨예한 문제다. 영국에는 EU 시민 약 300만명이 살고 있고, EU에는 영국인 120만명 가량이 살고 있다. 브렉시트 이후 이들이 어떤 권리를 갖게 될지도 협상을 통해 마무리지어야 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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