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내내 '한국의 미' 담은 의상 선보여
전속 미용사 없이 소탈한 행보
문재인 대통령이 2일 3박5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무리한 가운데 순방길에 동행한 부인 김정숙 여사의 방미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김 여사는 출국, 백악관 환영 만찬, 복지시설 방문, 교민과의 만남 등 다양한 행사에서 한국의 미를 살린 다양한 의상을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선보이며 성공적인 '내조외교 데뷔전'을 치렀다. 특히 한국의 전통미를 담아낸 다양한 의상과 특유의 쾌활한 모습으로 한미간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드는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길에 동행한 김 여사는 3박5일 간의 방미기간 내내 버선슈즈, 푸른색 나무그림이 덧입혀진 상의, 쪽빛 장옷 한복, 나전(螺鈿) 손가방, 분홍빛 누빔옷, 민화를 모티브로 한 블라우스 등 한국적 요소를 살린 다양한 의상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김 여사는 입고 있던 전통 누빔옷에 호감을 표한 미국 측 인사에 선뜻 벗어 선물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전직 주한 미국대사 부인과 주한미군 부인의 모임인 '서울-워싱턴 여성협회' 간담회에서다.
김 여사는 이날 홍화물을 들인 분홍빛 누빔옷을 입고 행사에 참석했다. 토머스 허버드 전 주한 미국대사 부인이 김 여사의 옷이 아름답다며 칭찬하자 스스럼없이 옷을 벗어 허버드 전 대사 부인에게 건넸다. 한미동맹의 중요한 가교역할을 한 분에게 선물을 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그 자리에서 옷을 벗어 선물했다고 청와대 측은 설명했다. 김 여사의 예상치 못한 선물에 참석자가 모두 놀랐다는 후문이다.
김 여사가 깜짝 선물한 옷은 전통 누빔옷 장인인 김해자 선생이 우리 전통인 누빔문화에 대해 홍보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만들어준 옷이다. 이날 깜짝 선물로 누빔옷의 정교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앞서 아이오나(IONA) 노인복지센터에서 선보인 블라우스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통 민화인 문자도를 모티브로 한 것으로, 효제충신(孝悌忠信) 중 제(悌)자의 '마주 보고 앉은 새' 모양을 반복 배치해 만들었다. 미국을 형제 관계로 여긴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여사는 허버드 전 대사 부인에게 누빔옷을 선물한 뒤에도 이 블라우스를 갈아입고 재등장해 '형제'의 의미를 더욱 키웠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와의 백악관 만찬에서 입은 쪽빛 장옷 한복은 한국 고유의 색(色)을 알리는 데 손색이 없었다. 천연 쪽물과 홍두깨를 사용해 전통방식으로 물들인 푸른 빛깔은 오묘한 아름다움을 전했다. 문 대통령과 결혼할 당시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옷감으로 만들었다는 점도 의미를 더했다.
김 여사는 또 버선코의 아름다운 곡선을 살린 버선슈즈와 한국의 전통 자개로 만든 나전 손가방 등으로도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냈다.
한편 김 여사는 전속 미용사를 대동하지 않은 채 순방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 해외 순방에는 영부인의 화장과 머리 손질을 담당하는 미용사가 동행하는 것이 관례였다. 김 여사는 방미 기간 현지 교민 미용사에게 머리 손질과 화장을 맡기는 등 소탈한 행보를 보였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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