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동료에게 속아 수천만원의 대출 빚을 떠안게 될 처지에 놓였던 지적장애인이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최근 한국씨티은행이 지적장애 3급인 환경미화원 이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씨는 '어머니 병원비가 필요한데 대출 보증을 서달라'는 직장동료 정모씨에게 속아 총 2800만원을 대출받았다. 그런데 보증계약서인 줄 알았던 서류가 사실은 대출계약서였다. 정씨는 이 돈을 빼돌려 주식투자에 사용했다.
결국 정씨는 사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을 확정받았으나 이씨는 고스란히 대출 빚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은행이 사기 피해자인 이씨 처지와 상관 없이 대출계약 자체는 유효하기 때문에 대출금을 상환하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지능지수 69인 이씨의 '사회 연령'이 7.42세에 불과해 대출의 법률적 의미나 결과를 정상적인 인식력과 예기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었다"며 대출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은행 측이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