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독자 개발한 한국형 원전 'APR 1400'이 영국 정부가 추진 중인 원자력발전소 후보 모델로 채택됐다. 원전 모델 여러개 중에 하나로 채택된 것인데, 영국이 추진 중인 원전 개발 '무어사이드 프로젝트'에 한전이 투자를 검토하는 상황에서 한전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2일 한전은 "영국 정부가 자국내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한국형 신형 원전) APR1400이 여러 후보 모델 중 하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도시바는 프랑스 에너지기업 엔지와 합작한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개발사 누젠의 지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전은 도시바가 대주주인 뉴젠 지분(60%)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당시 조환익 한전 사장은 "뉴젠의 부채·자본 비율 등 매각 관련 구조가 정해지면 한전이 가장 빨리 (뉴젠 지분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금부터 한전의 무어사이드 지분 인수전이 본격화한다는 의미다. (APR1400이 후보모델로 채택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당초 도시바가 건설하려는 원전은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모델이다. 웨스팅하우스는 도시바가 인수한 미국 원전 원천기술 업체다. 하지만 도시바가 미국 원전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빠지면서 무어사이드 원전 개발이 중단된 상태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원자로 3기로 총 3.8GW 규모다. 오는 2019년 착공, 2025년 완공이 목표다. 사업비만 150억파운드(약 21조원)에 달한다. 사업자가 건설 비용을 조달해 완공하고, 전기를 팔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영국 측은 지난 2013년부터 한전이 투자자로 참여하길 희망해왔다. 이 과정에서 한전은 한국형 원전인 APR1400 수출을 위해 설계 변경 가능성을 타진했으며, 이를 영국 측이 후보모델로 채택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뉴젠의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성사한 UAE원자력공사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였던 톰 샘슨이다.
지난해 12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영국에서 톰 샘슨 COO를 만나 뉴젠 지분 투자 참여를 논의하기도 했다. APR 1400은 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신형가압경수로형 원전이다. 2009년 UAE에 수출된 모델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