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동공업이 판매가 부진한 제품을 수급사업자에게 강매하다시피 팔았다고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수급사업자에게 불공정거래를 요구한 대표적인 '갑질'이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동공업이 개발·출시한 CT트랙터를 수급 사업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구입을 요구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억4800만원을 부과했다. CT트랙터는 기존 트랙터(본기)에 여러 작업기(트레일러, 분무기, 제설기 등)를 결합한 도시관리용 트랙터로 대동공업이 개발한 제품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동공업은 신제품 CT트랙터를 지난 2015년 10월에 출시했지만,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2년도 안된 2016년 8월에 단종했다. 그 사이 총 126대의 CT트랙터를 생산했는데, 이 가운데 79대를 판매했다. 이 중 43대는 수급 사업자를 포함한 협력업체에 팔았고, 나머지 47대는 재고로 남았다가 나중에 일반농기계로 바꿔서 판매했다.
대동공업은 구매개발본부를 통해 수급 사업자를 대상으로 시연회를 열고 직접 방문 또는 전화로 CT트랙터 구매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대동공업은 수급 사업자를 직접 관리하고 수급 사업자와의 거래여부를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구매개발본부 직원들로 하여금 주간회의 등을 통해 그 판매를 지속적으로 독려했다. 결국 9개 수급사업자는 구매 의사가 없음에도 불이익을 우려해 트랙터를 구매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행위는 하도급법(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성경제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대동공업이 구매개발본부를 내세워 구입의사가 없음에도 구입하지 않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거래물량 축소 등의 불이익을 우려한 9개 수급 사업자에게 그 구입을 요구했다. 이는 수급 사업자의 의사에 반해 대동공업이 자사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요구한 행위"라고 했다.
실제 CT트랙터를 구입한 수급 사업자 중 9개사는 구입 후 구입금액 이하로 재판매해 처분하거나, 사용처가 마땅치 않아 자신의 사업장 등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동공업은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자 부당 수령금액(CT트랙터 판매금액) 총 1억9700만원을 해당 수급 사업자에게 되돌려줬다.
성경제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거래상 '을'의 위치에 있는 수급 사업자에게 자신이 생산한 CT트랙터를 의사에 반해 구입토록 요구한 점, 최근 하도급대금 감액행위로 과징금 부과 조치를 받은 사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비롯 부당 대금 결정·감액, 기술자료 제공 요구 등 중대한 불공정 하도급 행위를 집중 점검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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