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커피·제빵업체에서 소비자들이 매일같이 먹는 물과 건강·청량음료가 담긴 페트병 라벨을 용기에 직접 인쇄(분리가 안되는 스크린 인쇄)를 하거나 강력 본드를 사용한 스티커 라벨을 사용한 제품으로 내놓고 있어 친환경 재활용 정책을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8일 재활용업계 소비자단체 등에 따르면 제품이 담긴 페트병 용기에 직접 인쇄하는 것은 환경부 재활용 기준 최하 '3등급'에 해당돼 금지하고 있지만 모범을 보여야 할 국내 대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 정부 재활용 정책과 소비자들의 건강을 도외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파리바게트 등의 경우 자체 기획상품(PB) 피코크 망고ㆍ오렌지주스병과 오생수 등을 직접 인쇄한 페트병에 담아 유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CU편의점(BGF리테일), GS25편의점(리테일) PB상품 주스ㆍ음료와 롯데마트 신제품 '식사시간' 제품 등도 환경부에서 소비자 건강을 염려해 권장하지 않는 강력 접착제를 사용한 본드 스티커 라벨을 부착해 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커피프렌차이즈 업체인 이디야 생수와 각 지방 지자체에서도 샘물용기 원재료 중량을 환경부 권고 기준을 크게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풀무원샘물과 인테이크 밀스, 이그니스 랩노쉬 등 일부 중소기업은 무본드 라벨을 사용하면서 중량을 낮춰 정부의 페트병 재활용 지침을 준수, 모범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풀무원 관계자는 "마개 주입구의 밀봉을 하는 고주파 씰링도 법적으로 사용에 문제는 없지만 고객의 건강과 용기 재활용에 도움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남지역 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페트병 용기 라벨부착의 경우 재활용 작업과정에서 물리적으로 쉽게 분리돼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 "페트병 용기에 강력본드를 사용한 스티커나 직접인쇄 라벨을 사용할 경우 분리가 힘들고 손이 많이 가 국가적으로도 매년 수천억원의 자원이 낭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무본드 라벨기술이 발달해 직접 인쇄와 본드 스티커에 비해 인쇄 품질이 높고 원가가 저렴한 데도 관심부족으로 재활용 정책이 무시되고 있다"면서 "강력 접착제 라벨을 부착한 페트병을 얼음물통 등에 담궈 판매할 경우 본드 유해성분이 물에 녹아 소비자 건강에 문제가 될 뿐 아니라 재활용 과정에서 양재물을 90도 이상 끓여 사용해야 함으로써 2차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대기업들조차 환경부 권고사항을 무시하다 보니 다국적기업인 코카콜라나 펩시와 에비앙 등 외국업체들 마저도 친환경 라벨로 유통되는 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비친환경 라벨을 사용해 유통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만큼 환경 당국의 특별한 관리대책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에서 유통되는 페트병 제품들은 절취선이 99% 적용된 무본드 라벨을 사용, 소비자와 재활용업자들이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제작돼 연간 1조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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