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서혜진 특파원】 미국 석유회사 엑손모빌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러시아 경제제재를 위반하고 러시아 측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엑손모빌의 자회사 2곳이 지난 2014년 5월 14~23일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티의 이고리 세친 회장과 석유사업 관련 계약 8건을 체결했다며 2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하자 지난 2014년 대러 제재를 부과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친은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과 개인은 제재 대상과의 거래가 금지됐다.
재무부는 "엑손모빌이 무모할 정도로 대러 제재를 무시했다"며 엑손모빌이 제재 프로그램에 "상당한 해를 끼쳤다"고 말했다.
재무부는 또한 틸러슨 국무장관을 겨냥해 "엑손모빌 경영진은 러시아측과 거래 당시 세친이 제재 명단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엑손모빌에 200만 달러(약 22억5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엑손모빌은 이같은 결정에 대해 "근본적으로 불공평하다"며 재무부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다.
엑손모빌은 이날 성명에서 자사는 백악관과 재무부가 제공한 대러 제재 관련 지침을 준수했으며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엑손모빌은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제재는 세친 회장 같은 개인을 겨냥한 것"이라며 자사 자회사들이 체결한 석유사업 관련 계약들은 세친 회장 개인이 아닌 로스네프티 회장이라는 공적인 지위에서 체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애스런드 선임 연구원은 이날 재무부 발표에 대해 "틸러슨에게 큰 불명예"라고 지적했다.
세친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틸러슨 국무장관은 1990년 말부터 엑손모빌에서 러시아 사업을 담당하면서 러시아 정계 최고 인사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그는 지난 2011년 러시아 북극해 자원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따내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우정훈장을 받았다.
틸러슨 장관은 CEO 재직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부과한 대러 제재에 대해 효과가 없다며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대러 제재 해제 가능성을 누차 밝혔으며, 이는 러시아가 해킹 사건 등을 통해 그의 당선을 도왔다는 의혹과 맞물려 러시아 스캔들로 비화했다. 이로 인해 두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지난 7일 미러 정상회담에서 경제제재 해제 논의가 있었는지 논란이 일기도 했다.sjmary@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