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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배우자 육아휴직 수당 40%에서 80%'로..文대통령, 발언기회 양보할 정도로 열띤 토론

임종석 "5년 뒤엔 여름휴가 한 달 간 사용하는 대한민국 희망"
장하성 "정책실장 발언을 경제수석이 자를 정도로 靑 자율적 분위기"

정부가 여성의 '독박육아'를 막기 위해 우선, 공무원 배우자의 출산휴가를 현재 5일에서 10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육아휴직 수당도 월급의 40%수준에서 첫 3개월간은 80%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올해 36만명 수준인 출생아 수를 45만명대로 회복하기 위한 인구절벽극복 로드맵도 마련한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첫 발로 가족지출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1.1%에서 1.3%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한 재정패러다임 전환도 뒷받침될 예정이다.

국가재정전략회의 둘째날인 21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런 내용의 보고·토론을 접한 뒤 "저출산 해소를 위해 모든 국가적 노력을 다 해야 할 상황"이라며 "청년고용·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게 저출산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15년전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얘기했던 일화 한토막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시 (내게) 처음 민정수석을 처음 제의한 자리에서 민정수석실이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선 (전혀) 설명하지 않고, 저출산 문제만 말씀했다"고 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과 정부 정책의 실패를 역설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회의에선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 국무위원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등 220명이 참석해 저출산문제와 4차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저성장 탈출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회의 참석자들이 너도나도 발언을 신청하는 바람에 "1분내로 짧게 하라"고 주문할 정도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회를 본 홍장표 경제수석을 향해 "정책실장의 발언 기회를 자를 정도로 청와대 분위기가 자율적"이라고 말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심지어 "문 대통령이 발언 기회를 다른 참석자에게 넘길 정도였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전했다.

회의에서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제도를 정비 중"이라며 공무원 배우자 출산휴가를 5일에서 10일로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과, 육아휴직 첫 3개월간의 수당을 월급의 40%에서 80%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아울러 "아빠들의 육아휴직 수당도 자녀 명수와 조건없이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성평등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데 아빠들이 육아휴직이 잘 안되고 있다"면서 "여성들의 '독박육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에 대해 "출산율이 높은 좋은 사례로 세종시를 들 수 있는데, 주민 중 여성공무원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여성 공무원들처럼)임신, 육아, 출산에도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보장되도록 획기적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2006년도의 1차 저출산 기본계획과 2016년의 3차 계획이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다"고 지적한 뒤 "전부처가 전체 자원을 저출산 문제 해결에 쏟아부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종합대책도 좋지만 문제는 시간인데, 사랑하고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없다"며 "노동시간을 과감하게 단축시켜야 일자리도 늘고 가족공동체도 살릴 수 있다.
5년후에는 여름 휴가를 한달 사용하는 그런 대한민국이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회의에선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확충 방안도 거론됐다. 박수현 대변인은 "과도한 정부주도 연구개발(R&D)을 연구자 중심으로 강화하기 위해 연구자 주도형 기초연구예산을 올해 1조2600억원에서 2020년까지 2조5000억원을 확대하고, 과제선점 지원 평가 보상체계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