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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미국의 러시아 신규 제재에 보복 준비

유럽연합(EU)이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신규제재에 돌입할 경우,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와 손잡고 있는 유럽의 에너지기업 등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에너지업체를 포함안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이 될 경우, EU의 대응책에 대한 긴급 검토를 촉구했다.

FT가 입수·공개한 오는 26일 열리는 EU 집행위원회 회의 준비 메모에 따르면, "이번 미국의 대러 제재가 EU의 우려를 고려하지 않고 채택되는 경우, EU는 수일 내로 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알려졌다.

이 메모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제재가 EU의 이익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개적 또는 서면을 통한 보증'을 받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돼 있다. 또다른 옵션으로는 미국의 제재가 유럽에서 효력이 인정되거나 집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법을 이용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준수 보복 조치를 통해 보복을 준비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이같은 행보는 러시아 관련 프로젝트에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독일간 천연가스 해저 파이프라인인 '노드 스트림 2' 프로젝트 등이 대표적이다.

EU는 이번 미국의 러시아 제재 법안이 단지 하나의 프로젝트가 아닌 유럽 전체에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주장할 계획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의 유지보수 및 업그레이드 작업 뿐만 아니라 카스피해 지역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이집트 연안의 가스전 개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 철도, 금융, 조선, 채굴 등 러시아와 관련된 사업을 하는 대다수의 유럽 기업들에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도 포함돼 있다.

이번 메모는 미국의 경제 위협에 대한 EU의 불만 표출이기도 하다는 것이 FT의 평가다. 융커 위원장은 이달 트럼프 행정부가 영국산 철강에 대해 보복관세를 매길 경우, 신속히 보복할 것임을 미국에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지난주말 미국 하원은 오는 25일 러시아 뿐만 아니라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방침을 담고 있는 이 법안에 대해 투표할 계획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법안이 지난해 러시아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인해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새로운 러시아 제재법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 법안에 사인할 것임을 예상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ABC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에 강경한 조치를 취하고, 이같은 제재를 하는 것에 지지하고 있다"며 "하원 및 상원과 협력할 것이며, 필요하다면 변화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