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에 따라 주택, 토지를 수용당한 이주대책대상자들을 위한 아파트 분양대금에 생활기본시설 비용은 제외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주 대상자에게 도로와 급수시설 등을 제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김영학 부장판사)는 정모씨 등이 서울시 등을 상대로 "아파트 분양대금에서 생활기본시설 비용을 빼달라"며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서울시 등은 정씨 등 26명에게 1520만~2220만원씩, 총 5억3000만여원을 물게 됐다.
서울 각지에 거주하던 정씨 등은 서울시가 공원 조성 및 주차장 설립 등 공익사업을 추진한다는 이유로 토지 수용에 동의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이주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SH공사가 공급하는 서울 송파구 마천동 신축 아파트를 분양했다. 그러나 정씨 등은 분양받은 아파트가 일반 세입자들의 분양 가격과 다르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토지 수용으로 생활의 근거를 상실한 이주 대상자는 도로와 수도시설 등에 대한 건축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재판부는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업시행자는 이주대책의 일부로 생활기본시설을 설치, 이주대책대상자들에게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구 토지보상법 제78조 4항에 규정된 '생활기본시설'은 주택건설사업이나 대지조성사업을 시행하는 사업 주체가 설치하게 돼 있는 도로 및 상하수도시설, 전기·통신·가스시설 또는 지역 난방시설 등 간선시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주대책대상자들이 생활 기본시설 설치비용까지 사업시행자 등에게 지급하게 됐다면 특별공급계약 중 분양대금에 생활기본시설 설치 비용 부분은 무효"라며 "결국 사업대상자는 해당 금액을 부당이득으로 이주대책대상자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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