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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최씨 압력에 정유라 승마 지원"

'국정농단' 연루 삼성 전.현직 임원 피고인 신문
특검 조사때 진술 번복
이재용에게 받았다는 영재센터 후원 계획안 "안종범에게 받아" 말 바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에 대한 공판이 오는 7일 재판의 마지막 단계인 결심공판을 앞둔 가운데 1일 막바지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은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그룹의 지원 배경에는 최순실씨가 있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대가를 바란 부정청탁이었다는 특검의 주장과 반대되는 주장으로, 판결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정유라 지원 배경 최순실 때문" 거듭 강조

장 전 차장은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전.현직 임원 5명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 공판에서 삼성의 정씨 단독 지원에 대해 "최씨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어떤 험담을 하고 해코지할 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삼성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찬성을 도와준 대가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 전 차장을 포함해 법정에 선 삼성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운 최씨를 우려해 그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해왔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5년 7월 25일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승마 지원에 있어 삼성이 한화보다 못하다' '우수한 선수를 선발해 좋은 말도 사줘야 하는거 아니냐'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임원들을 교체하라' 등 내용의 질책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이 특정 선수를 지원하라고 얘기한 적은 없고, 올림픽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아 질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상진(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황성수(전 삼성전자 전무)로부터 '최씨가 자신의 딸을 지원해주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삼성을 비난했다'는 취지로 들은 것 같다"며 "대통령이 정유라 지원을 안해줘서 화를 냈다는 말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특검 조사 때의 진술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장 전 차장은 정씨에 대한 지원에 대해 '최씨가 원하는 대로 대통령이 지시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진술했다.

장 전 차장은 "사실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아닌지 여부는 알 수 없다"며 "특검 조사를 받을 무렵에 국정농단 사건이 집중적으로 보도돼, 최씨의 뜻이 대통령의 뜻일 수도 있겠다고 추측해 진술했다"고 해명했다.

■장충기, 영재센터 2차 후원 경위 진술 뒤집어

장 전 차장은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 경위와 관련해서도 특검에서의 진술을 번복했다.

앞서 장 전 차장은 지난해 2월 15일 박 전 대통령과 독대를 마친 이 부회장으로부터 영재센터 2차 후원 계획안이 든 봉투를 받았다고 특검 조사 당시 진술했다.


그러나 그는 이날 "제가 잘못된 추측으로 진술한 것 같다"며 "제가 자료를 받아올 곳이 안종범(전 청와대 경제수석)밖에 없어서 그날 잠깐 만나서 자료를 받지 않았나 생각이 된다"고 말했다.

특검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사업 계획안이 든 봉투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과 장 전 차장에게 전달해 영재센터에 대한 10억원 규모의 2차 후원이 이뤄졌다. 특검이 당시의 구체적인 정황에 대해 파고들자 장 전 차장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