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소사실 조목조목 반박..7일 구형, 2~3주 내 선고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일 법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독대 당시 경영권 승계를 언급한 적이 없고 오히려 승마협회 지원 미흡 및 JTBC의 보도 행태를 두고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또 승마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실무선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말씀자료' 내용 언급 없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 2차 독대(2015년 7월 25일)를 거론하며 "(경영권) 승계 작업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은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에도 진행됐다. 특검 신문은 전날 끝나 이날은 변호인 신문이 이뤄졌다.
변호인들은 특검의 공소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변호인은 "특검은 공소장에서 독대 당시 대통령이 피고인에게 삼성 지배구조와 관련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은 독대 당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을 수락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하며 "정유라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전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실제 독대 과정에서 '말씀자료'에 기재된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고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직접 언급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박 전 대통령이 지배구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는데 특검이 공소장에 말씀자료 내용을 그대로 옮겨적은 것인가"라고 묻자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한 분 만난 이야기를 하면서 '은퇴한 메달리스트들이 열정적으로 후배를 양성한다'고 말했을 뿐 특정 단체를 말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이 "특검이 억지로 삼성 합병과 경영권 승계의 대가성 관계를 끼워 맞췄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재판부에서 잘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검 대가성 끼워맞추기 질문에 "재판부 잘 판단"
이날 이 부회장은 2차 독대와 3차 독대(2016년 2월 15일)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2015년 7월 독대 당시 승마 협회 운영이 한화보다 미흡하다며 크게 혼났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아버님께 야단을 맞은 것 빼고는 야단맞은 기억이 없는데 실제로 여자분한테 싫은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어서 제가 당황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3차 독대 때는 박 전 대통령이 JTBC와 관련한 불만을 쏟아냈다고 전했다. 당시 분위기는 2차 분위기보다 훨씬 무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비교가 안 되게 2월 독대 분위기가 무거웠다"며 "승마협회 이야기를 할 때는 제가 느끼기에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었는데 JTBC 이야기는 읽고 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게 터져 나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인들의 본능인가 싶을 정도로 강도가 비교가 안 됐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 질책 이후에도 관련 업무는 실무진에게 맡겨 자세한 내막을 모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독대 이후 승마협회와 관련해 회의를 2차례나 했다"면서 "그 뒤로 승마지원과 관련된 내용은 보고 받지 않았다. 실무선에서 해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변호인이 마필 구매와 삼성전자 명의의 코어 스포츠 용역 계약 등에 관해 묻자 이 부회장은 "전혀 모른다"고 부인했다.
이날 이 부회장 신문을 끝으로 삼성 관계자들의 피고인 신문은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7일 결심공판을 열고 2~3주내에 1심 결과를 선고할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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