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증시 호황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지에서는 미 기업들의 실적이 나아지고 국제 경제 전망이 밝은데다 미 경제 상황이 투자하기 적당한 상태라는 의견과 함께 증시 인덱스 펀드에 돈이 몰리는 한편 딱히 다른 투자처가 없다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최근 미 증시 호황의 원인을 5가지로 꼽고 복합적인 원인들이 겹쳐 호황을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이날 전일보다 9.86포인트(0.04%) 오른 2만2026.10에 거래를 마쳐 7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33번이나 사상 최고 마감가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11월 미 대선 이후 4000포인트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472.16에 마감해 2017년 들어 14.25% 뛰었다.
WSJ는 호황의 원인으로 우선 상장기업들의 실적 호조를 지적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에 의하면 S&P500지수 기업들은 순이익 증가율은 지난해 말까지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기업들은 유가 회복으로 실적이 나아졌으며 애플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순이익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여기에 국제적인 경제 전망이 밝다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기쁜 소식이다. WSJ는 애플과 보잉, 맥도날드 같은 다국적 수출 기업들을 언급하며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기업들에게 적합한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했다. 1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비교하는 WSJ 달러인덱스는 2일 기준 올해 들어 7.5% 하락했다.
아울러 미 경제 여건이 증시에 가장 유리한 '적정구간'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6월 기준 미국 근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1.5%로 금융당국이 금리 인상 척도로 삼는 2%를 여전히 밑돌고 있다. 반면 실업률은 올해 5월 기준 16년 만에 최저수준이었다. 그 결과 투자자들은 미 금융당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증시에 집중하고 있다.
증시 호황에 대해 좀 더 기술적인 풀이도 존재한다. 다국적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올해 들어 6월까지 미 증시 지수 전반에 투자하는 지수펀드에 흘러든 자금이 1286억달러(약 144조원)인 반면 특정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펀드에서는 990억달러가 순유출됬다. WSJ는 지수펀드에 몰리는 자금이 증시 전반의 가치를 끌어 올렸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훨씬 더 간단한 이유도 있다.
바로 투자할 만한 다른 자산이 딱히 없다는 것이다. WSJ는 계속되는 저금리기조로 미 국채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투자자들이 계속되는 증시 호황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이를 대체할만한 다른 자산이 마땅치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증시에 머무르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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