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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사고 피해로 수리비 폭탄..차량가격 하락분도 배상 가능할까

#. A씨는 최근 차를 몰다가 장애물을 발견하고 급정거했다. 그런데 이를 미쳐 보지 못한 뒤차(가해차량)가 A씨 차량을 추돌하면서 사고가 났고 수리비만 1000만원 가까이 나왓다. 다행히 A씨는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피해를 당한 차량은 불과 6개월 전 5000여만원의 거금을 주고 구입한 새 차라 상심은 더 컸다. A씨는 수리를 했지만 차체가 전반적으로 흔들려 안전에 이상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2000만원에 중고차로 매도했다.
A씨처럼 자동차 사고로 차량이 피해를 입은 경우 수리비 이외 자동차 가격 하락분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을까.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최신 판례는 “자동차의 주요 골격 부위가 파손되는 등의 사유로 ‘중대한 손상’이 있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수리를 마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상회복이 안 되는 수리 불가능한 부분이 남는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그로 인한 자동차 가격 하락의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손해배상을 인정하고 있다.

여기서 ‘중대한 손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사고의 경위 및 정도, 파손 부위 및 경중, 수리방법, 자동차의 연식 및 주행거리, 사고 당시 자동차 가액에서 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율,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 사고 이력으로 기재할 대상이 되는 정도의 수리가 있었는지 여부 등의 사정을 고려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A씨의 사례처럼 사고 이력이 중고자동차 성능.상태점검기록부에도 기재됐다면 중대한 손상을 입었다고 볼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손상으로 인해 교환가치인 중고차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다른 법적 쟁점으로는 민법상 '통상의 손해'로 인정될지 여부다. 민법은 손해를 누구나 예측 가능한 '통상의 손해'와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손해가 아닌 '특별한 손해'로 나눈다. 이때 가해자가 손해의 발생 가능성을 알 수 있었던 경우에만 특별손해를 배상하도록 한다.

대법원은 최근 덤프트럭 기사 김모씨가 교통사고 가해 차량 보험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자동차의 주요 골격 부위가 파손되는 중대한 손상이 있는 사고가 발생한 경우 수리를 마치더라도 원상회복이 안 되는 부분이 남는다고 봐야 한다"며 "그로 인한 자동차 가격하락 손해는 통상의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앞서 김씨는 2014년 9월 덤프트럭을 운전해 교차로를 지나다 '일시정지' 표시를 무시하고 직진한 다른 덤프트럭에 받혀 차축이 충격을 받아 충격흡수장치(서스펜션)를 교체한 것을 비롯해 사이드 안전바, 연료탱크 등을 교환하는 피해를 봤다. 상대 보험사가 수리비와 영업손실, 견인비만을 통상손해로 계산해 배상하려고 하자, 김씨가 "자동차 가격하락 1500만원도 통상손해"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1심은 "거래 관행상 발생하는 '수리 이력이 남아 있는 차량'에 대한 가격하락은 특별손해에 해당하므로, 가해자가 알 수 있었을 경우에만 배상이 가능하다"며 가격하락 손해를 제외한 수리비와 영업손실 등 2351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도 1심 배상액에 사고로 유출된 연료비 52만원을 추가해 배상하라고 판결했지만, 가격하락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김씨 손해를 통상손해로 보고 하급심을 뒤집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