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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도시정책, 마스터플랜을 짜라"

거대도시 서울의 도시정책, 예측가능성이 가장 중요
글로벌 시대, 도시계획 수립에 있어 관점을 전환해야

메트로폴리스(거대도시) 서울은 전쟁 폐허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급격히 성장했다. 근대화의 과정에서 여러 욕망들이 얽히면서 덩치를 키웠다. 서울이 앞으로 또 어떻게 모습을 바꿔갈 것인지는 단순히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대한민국 정부에게 부동산 정책은 가장 중요한 정책 가운데 하나다. 그 핵심에 도시, 특히 서울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정권 초기 공을 들인 정책도 부동산 정책이다.

도시계획에서 통치술까지 들여다보며 다양한 관점에서 지리학을 연구해온 임동근 서울대 지리학과 BK교수는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이란 책을 통해 서울의 탄생과 특징을 소개했다. 임 교수는 도시정책에 있어 예측가능성을 강조하며 "도시가 클수록 여러 주체들이 움직이는 토대가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정책에서 마스터플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임 교수는 세계도시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글로벌 시대의 흐름에서 이에 따라 발생하는 불확실성의 확대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도시정책, 마스터플랜을 짜라"
임동근 서울대 지리학과 BK교수가 지난달 서울 여의도 파이낸셜뉴스 회의실에서 본인의 저서인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을 비롯해 서울과 한국의 도시정책을 두고 FN독서토론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fnDB

◇메트로폴리스 서울과 균형발전

―국토균형발전 주장과 수도권 집중 비판은 타당한가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세계의 대도시를 놓고 본다면 전국은 이미 하나의 서울권이다. 2~3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나 오갈 수 있다면 이미 일일 생활권이다. 국토균형발전 논의는 이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안에서의 격차문제에 가깝다.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수도권내의 서울 편중 현상이다. 이런 하나의 생활권에서 일자리가 있는 곳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 됐다.

반면 수도권 집중이란 말은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중요한 문제다. 경제적으로 확대된 수도권과 20여년 전에 결정된 정치적 공간 획정의 불균형 속에서 "특정 지역이 낙후됐다", "차별받는다" 등등의 말은 정치에서 힘을 발휘한다.

물론 수도권 집중이 아니라 편중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지역이 빠르게 낙후하고, 사람도 떠나가는 것이 아무 문제없다는 것은 '넌센스'다. 하지만 동일한 경제권 안에서 지역격차를 논하는 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논의된 국토균형발전 논의와 같을 수는 없다. 오늘날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국토균형발전 주장 중 많은 부분은 하나의 수도권이란 인식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

―세종시 이전에 대한 평가는
▲아직 논하기 힘들다. 도시는 보통 30년이 지나야 돌(태어난 날로부터 한 해)이 된다고 할 만큼 오랜 시간동안 성장한다. 한 세대가 넘어가야 한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첫 번째 시점은 세종시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거기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삼을 수 있다. 예전의 다른 계획도시도 동일한 맥락으로 따져볼 수 있다. 예컨대 과천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기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가, 없는가?
물론 도시의 경제권이 커져서 행정구역 상의 도시 안으로 한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경제권 안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으면 도시가 틀을 잡았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거대 공장이 들어섰던 울산도 대표적으로 그렇게 판단할 수 있다. 계획도시에 정착한 세대의 후손들이 그 도시에 정착하지 못하고 탈출한다면, 그 도시가 유지되는 방식은 다른 곳에서 인력을 끊임없이 끌어와야 한다.

따라서 정주라는 개념이 중요하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자손을 번창하면서 계속 그 도시에 살아야 도시에 정체성도 만들어지고, 특징도 생긴다.

그럼에도 세종시가 만들어진 과정에 대해서는 논할 수 있다. 기존 우리나라에서 건설된 수많은 신도시건설의 노하우가 세종시 건설 당시 집약된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는 외국에서는 30~40년 걸려서 하는 작업을 10년 안에 해낸 도시건설과 관련된 축적된 노하우가 있다.

비단 기술적인 노하우뿐만이 아니다. 도시를 새로 만들고, 사람들이 이주해 빠르게 주거환경을 갖춰가는 사회적·경제적 노하우도 있다. 또 예전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충청도에 수도이전을 계획했던 역사적 경험도 세종시 건설에 일조했다. 이런 사회적 역량 속에 세종시 건설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오히려 세종시 이전의 평가는 이제부터 어떻게 도시가 관리되는가의 문제에 달려있다.

◇주택과 노동은 연결된 문제, 그리고 도시경쟁력

임 교수는 주택문제와 노동문제는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은 결국 일자리 때문이고, 도시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도시의 경쟁력도 그 도시가 품고 있는 일자리에 많은 부분이 달려있다. 임 교수는 도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인재 확보의 방안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꼽았다.

―일자리와 주택 문제는 관련성이 높은가
▲일자리와 주택 문제는 밀접하다. 주택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끊임없이 사람들이 다른 곳에 있는 주택을 버리고, 일자리가 많은 곳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결국 도시가 돈을 더 많이 번다는 것이고, 이는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벌거나 혹은 돈을 더 버는 사람들로 교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도시 간 경쟁이라고 하면 한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다른 도시보다 돈을 더 벌어야 하는 것이고, 지금 도시의 어린 세대 교육을 더 잘 시켜 인재로 키우고, 외부에서 더 생산성 높은 사람들을 데려와야 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만일 시정부가 앞장서서 인력들을 양성했는데, 즉 도시의 세금으로 키웠는데 이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기존 투입된 정부는 손해를 본다. 마치 노동력 전쟁과도 같다. 돈을 들여서 인재를 만들어놨더니 외국으로 가버리면 투자한 돈은 다 마이너스다. 그래서 미래의 일자리에 대한 마스터플랜 없이 교육정책을 짜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마스터플랜을 짜는 것은 힘들지만 그럼에도 고민 없이 하는 것보다는 낫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지방국립대 등 지방에서 우수한 교육을 받은 인재들을 서울이 흡수하는 식으로 발전했다. 지방에 투하된 교육양성 자본의 혜택을 서울이 가져가는 것이다. 그 결과 수도권이 발전했고 사람이 몰렸다. 일자리가 수도권으로 편중되면 주택문제는 끊이지 않고, 지방의 주택은 비어간다. 서울로 몰려드는 이들에게 지방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은 자신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문제다.

―브레인들을 머물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하다. 인종이 다르지만 여기서 일을 하면 내 자식이 학교에서 차별도 안 받고, 커서 장관도 되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으면 된다. 여러 인종에서 도시를 발전시킬 사람들이 온다. 비단 인종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에서 여성노동력의 활용은 남성노동력만으로 구성됐을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문화적 다양성이 있다면, 다른 곳에서 차별받으며 활약의 기회를 박탈당한 인재들을 끌어온다. 이에 문화적 다양성은 도시가 성장하는 주요 모토이고, 서구의 뉴욕이나 파리가 발전한 이유다. 이러한 곳에서는 동성애자도 경제적인 주체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이들을 사회경제 환경 안에 포용했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등은 윤리적인 측면만으로 접근할 수 없다.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관용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훈련은 성장하는 도시에서는 주요 이슈다. 인재의 풀을 줄이면 새로운 혁신은 점점 더 힘들어진다. 도시의 계급고착화는 이런 측면에서 도시의 성장을 갉아먹는다.

◇글로벌 시대, 서울의 주택문제

글로벌 시대다. 서울의 주택문제를 수립하는 데 있어 수요 예측을 할 때도 한국인들만 생각해선 안 된다는 게 임 교수의 지적이다. 세계 대도시 간 네트워크가 갈수록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과거 동일한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은 정책적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벨트 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짓는 것에 대해서도 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 집값은 어떻게 되나
▲몇 년 전부터 주택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대세라는 말이 있었다. 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주택수요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인들도 서울집을 살 수 있고, 일본인과 미국인도 살 수 있다. 세계도시로 성장하면서 앞으로 이러한 외부의 주택구매자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중국 인구 상위 0.1%인 100만가구가 서울에 세컨드하우스를 갖는 게 유행이 되면 주택시장은 요동친다. 즉, 지금 여기엔 집살 사람이 없는데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런던, 파리, 베를린, 뉴욕, 등 세계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현상이다. 도시 간 네트워크가 구성된 상태에선 인구와 자본이 어디로 갈지 모른다. 아마도 지금 이대로 간다면 서울의 주택수요는 폭락할 만큼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다. 집을 가진 사람들, 특히 도심에서 에어비앤비 등 유사임대업을 할 수 있는 지역의 주택소유주는 득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서울사람들에게는 집값위기가 일상화 될 것이다. 끔직한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의 서울 주택문제는 이제 시작단계다. 더 안 좋은 상황들이 발생할 불확실성이 있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이런 문제가 보유세를 올려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엔 보유세를 높이면 유산으로 받은 주택 같은 경우 세금부담 때문에 팔아야만 했다. 그런데 에어비앤비 등을 통해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계층을 다국적으로 발굴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도심 지역들을 대상으로 관광지화가 발생해 저렴한 주택을 살던 세입자를 몰아낸다. 이제는 세금부담으로 집을 매각할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소득이 높은 자들로 서울의 인구가 교체되면서 중산층 위주의 아파트 주택 수요도 유지될 것이다.

아울러 도시의 창의계층이라 부르는 자유직업 종사자들 예전 같으면 해외로 이동을 자주하면서 주택을 소유해 빈집으로 오래 놓아두는 것이 부담이었겠지만, 손쉽게 ‘예술가의 집’ 등등으로의 임대가 가능해졌다. 추가로 주택매수 수요가 장소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서울 주택난, 그린벨트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지어 해결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린벨트 지역은 넓다. 하지만 막상 풀려고 해도 계획된 도시로 공급을 한순간 늘릴 수는 없다. 그린벨트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악지형도 문제고, 도시에 필요한 기반시설들을 일순간 다 확충할 수는 없다. 이미 그렇게 할 수 있는 땅은 신도시로 대부분 풀려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외곽순환도로 주변으로 인터체인지 주변으로 해서 부분적으로 신시가지가 조성되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공급될 것인데 이는 도시 쇠퇴기의 순환도로 활용방안이나 팽창기의 전원단지 개발 정도의 소규모에서나 도시에 득이 되는 일이다. 이러한 외곽에 임대주택을 짓는다면 이들을 위한 대중교통의 투자가 뒷받침돼야 하고, 비용은 결코 싸지 않다. 사회적으로 지역이 낙후된 이미지가 고착되면 도시권 입장에서 좋은 일보다는 나쁜 일이 더 많다.

그린벨트를 왜 풀어야하는지 목적을 명확히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꼭 그린벨트를 풀어야 하는지 타당해야 한다. 임대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린벨트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 방법엔 동의하지 않는다.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임동근 "도시정책, 마스터플랜을 짜라"

◇도시정책,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임 교수는 도시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예측가능성이라고 강조했다. 방향과 단계 과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도시의 다양한 경제주체들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임 교수는 도시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의 시의회 적극적인 역할과 구성원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시계획이나 도시 시정에서 단계적인 절차가 중요한가
▲도시를 성장시키는 것은 자본과 사람이다. 여기엔 예측가능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시가 마스터플랜을 갖고 어떻게 움직일 건지 예측이 가능하면 많은 경제주체들이 이를 보고 전략을 짠다.

반면 어느 날 갑자기 정책이 생기고 없어지고 한다면 주변의 정보를 독점한 사람들이 도시개발의 이익을 가로챈다. 도시가 클수록, 많은 경제주체들이 움직일수록 이런 도시정책의 토대가 중요해진다. 예컨대 교통은 어떻게 바꾸겠다 하는 등등 계획이 있다면 여러 계획들의 경쟁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참여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정치인 개인에 의존하려는 모습이 많다.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선 '어떤 계획을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무엇을 할 것이다,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하겠다'라는 방향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보행환경을 개선하겠다고 했다. 그러면 어디서부터 왜 보행환경을 바꿔나갈지, 지역은 어떻게 변할지 이야기가 나오고, 많은 장소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가야 한다.

하지만 서울로 7017은 그렇지 않았다. 3년 전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었던 프로젝트를 어느 날 갑자기 하겠다고 홍보하고, 집행되는 정책이 있는 한 시정은 바뀌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뀐다 하더라도 행태는 그대로이다.

시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도시 정부는 정책 전문성을 키워가면서 전문직능인들의 연합체로서 시의회가 구성돼야 한다.
자영업자, 건설업자, 노동자 등의 대표가 돼야 한다. 지금처럼 지역 유지들의 연합체를 만들면 안 된다. 지금의 시의회는 지역의 힘 있는 사람들 몇몇이 모인 연합체의 성격이 강하고, 광역시정과 관련해 민주정치 체제의 안정성과 경제발전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정치체는 아니다.

FN독서토론단 gmin@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