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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北 일촉즉발 … 안보불감증 걱정된다

호들갑 떨 이유 없지만 유비무환 자세 갖춰야

한반도로 안보 먹구름이 잔뜩 몰려올 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우리의 핵무기는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며 핵.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겨냥했다. 전날 '화염과 분노'라는 수사를 동원했던 연장선에서의 경고였다. 북한도 10일 8월 중순까지 괌 포위사격 방안을 완성하겠다고 맞섰다. "화성12형 미사일이 괌 주변 30∼40㎞ 해상에 탄착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다. 물론 아직은 '말 폭탄'이 오가는 단계다. 그러나 우리도 강 건너 불처럼 바라볼 수 없는 위기 국면임은 분명하다.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는 문턱에 올라섰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평가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사태다. 요행히 북.미가 벼랑 끝에서 타협해 최악의 위기는 해소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되는 상황은 그야말로 안보 사변(事變)이다. 분단이 고착될 경우 폭압적 불량정권에 의한 북한 주민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건 차치하고 대한민국과 우리 국민의 생존 여건도 극히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해 보인다. 북한의 위협적 발언을 '내부 단속용'으로 규정한 채 "한반도 위기설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언급에서 그런 기류가 읽힌다. 물론 정부도 10일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여는 등 대비 태세를 점검했다. 하지만 위기설을 잠재울 장기적 구상이나 구체적 실행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아 그다지 미덥지 않게 비친다.

한반도 8월 위기설 탓인지 9일도 전날에 이어 코스피지수는 약세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직은 제한적인데 괜히 안보 위기를 부풀리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 때문에 전 세계가 난리인데 정작 한국인들은 놀라울 정도로 심드렁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올 정도라면 문제다. 스스로 '한반도 리스크'를 키울 이유는 없지만 유비무환의 자세로 대비하는 것은 필수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임시배치를 결단하고도 여전히 중국과 반대단체들을 곁눈질하는 까닭이 뭔지 궁금하다. 그러니 10일 시위대들이 성주 기지에서 환경영향평가를 막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무해하다는 결론이 나올까봐 말이다.
북한의 핵폭주가 금지선에 다가섰는데도 아직 "북한의 핵.미사일은 뻥"이라는 인식에 머물러 있다면 곤란하다. 정부부터 전술핵을 재배치하든, 아니면 뭔가 다른 내실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도, 시장도 궁극적으로 안심할 수 있을 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