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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 잘못 묵인'에 진화 나선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퇴양난에 빠졌다.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 시위와 관련해 '양측 모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잘못을 묵인하자 소속 정당인 공화당 의원들도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그렇다고 이들 백인우월주의자들과 거리를 둘 경우, 자신의 강력한 지지기반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결국, 백악관이 먼저 진화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종류의 폭력과, 편견, 증오 뿐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자, 큐클럭스클랜(KKK·백인우월주의단체), 신나치주의자 등 모든 극단주의자 그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인종주의나 백인우월주의, 신나치주의는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발생한 버지니아 사태와 관련해 "여러 편(many sides)에서 나타난 증오와 편견, 폭력의 지독한 장면을 최대한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말해 사실상 백인우월주의자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항하는 사람들까지 똑같이 비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하이오 출신의 20세 백인우월주의자 남성은 차량을 타고 이를 반대하는 시위대로 돌진, 여성 1명이 숨지고, 19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편' 발언과 관련해 오린 해치(유타), 코리 가드너(콜로라도) 의원 등 공화당 의원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드너 의원은 백악관이 백인 민족주의자 단체의 지지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 방송에서 "백인 민족주의자들과 백인 우월주의자들 등 이들은 대통령도 50개주의 어떤 의원도, 누구의 지지기반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들을 증오와 편견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러야 한다. 우리는 그들이 우리의 지지기반인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해치 의원도 "우리는 악을 악이라는 이름 그대로 불러야 한다"고 트위터에 남겼다.

FT는 이번 사태가 공화당원들에게 불편한 정치적 현실을 깨우쳐줬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이 백인노동자 그룹의 분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이것이 이번 폭력시위와 같은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지지율은 지난 6개월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치전문 웹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의 설문에 따르면 최근 지지율은 38%에 불과해, 사실상 대다수가 그의 국정운영에 못마땅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많은 백인 유권자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당시 후보 보다는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이들 중 대다수는 고등학교 졸업자이거나 그 이하였다며, 여전히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들 저학력 백인 계층에서 트럼프를 강력히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전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