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버지니아 폭력' 다시 양쪽 잘못이라는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지니아주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와 관련, 반대 시위자까지 포함한 "양측 모두의 잘못"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극우세력에게 쏟아졌던 비난을 덜어준 것으로, 이같은 발언에 대해 백인우월주의 단체 KKK(쿠클럭스클랜) 등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반면 대다수 사회 저명인사 등은 비난의 날을 세웠다.

트럼프 U턴 발언에 극우단체 "환영"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부 연합군 사령관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를 막기 위해 시위를 나섰던 사람들이 전부 백인우월주의자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나는 신나치주의자를 비난했고, 여러 다른 그룹들을 규탄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신나치주의자는 아니었다. 나를 믿어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both sides)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은 불과 24시간전 그가 백악관에서 프롬프터를 통해 읽었던 "KKK와 신나치주의자, 인종주의자를 규탄한다"는 발언과도 차이가 있다. 또 이날 애초 교통, 수도 등 인프라 투자에 대한 행정명령과 관련한 기자회견 자리였으나 작심한 듯 즉흥적으로(off the cuff) 비난 방어에 나섰다고 FT는 지적했다.

대통령은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신나치주의자의 환심을 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지만, 극우파 단체들은 즉각 반응했다. KKK 대표를 지낸 데이비드 듀크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정직하고 용기 있게 샬러츠빌 사태의 진실을 말하고 좌파 테러리스트들을 비판한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백인우월주의 집회를 주동하고 있는 '대안우파(alt-right)' 리더 리처드 스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의 정체성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다. 그는 내 인생에서 처음보는 진짜 애국주의자"라고 치켜세웠다.

■ 논란속 환경규제 축소 명령 서명
극우 소수 집단을 제외한 대다수 저명인사들과 미국 여론은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윌 허드 공화당 하원의원(텍사스)은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며 "프롬프터나 읽고 즉흥발언은 중단하라"고 촉구했으며, 스티브 스티버스 공화당 하원의원(오하이오)도 "백인우월주의자들과 신나치주의자들은 악랄하고, 방어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 실망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 사퇴도 잇따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리처드 툼카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회장 등 7명이 이날 추가로 대통령 직속 제조업위원회를 떠났다. 이제 남은 기업인들은 17명이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인프라 투자를 활성화하고 환경규제를 축소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 서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대선에서 공약했던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의 일환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으로 망가진 인프라 허가 절차가 개편될 것이고, 로비스트와 컨설턴트에게 갔던 일자리들이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으로 내다봤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