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인 자기공명영상진단(MRI) 촬영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속여 과다진료비를 받았다면 보험사는 환자를 대신해 병원에 직접 부당이득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관절치료 전문병원인 T병원의 원장 서모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서씨는 163만5302원을 반환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T병원은 2010년 10월 축구를 하다 무릎을 다친 환자에게 MRI 촬영을 한 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건보공단에 진료비로 40만원을 청구해 받았다. 병원은 이런 식으로 무릎관절 환자 28명에게 MRI 진단을 한 후 총 1116만원을 수령했다.
이후 환자들이 보험금 지급을 요청하자 보험사는 병원 측이 과다진료비를 받았다며 병원을 상대로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보험사는 "무릎관절 환자의 MRI 촬영은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라며 환자들이 낸 진료비는 부당이득이므로 병원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재판에서는 보험사가 환자들을 대신해 병원에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민법상 부당이득 반환 법리에 따르면 보험사는 환자에게, 환자들은 병원에 각각 부당이득 반환을 순차적으로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1, 2심은 "보험사의 환자들에 대한 부당이득 반환 채권은 환자들이 병원에 대해 갖는 부당이득 반환 채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보험사가 환자 수십명에게 일일이 반환 청구를 한다면 보험금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을 대신해 병원의 부당이득을 반환받는 것이 채권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보험사가 피보험자인 환자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행사하고 다시 피보험자인 환자가 병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사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의 배성진 변호사는 “기존에는 보험사와 병원은 계약관계가 없기 때문에 보험사로서는 피보험자인 환자에게 직접 소송들을 통해 MRI요양급여와 비급여간 차액에 해당하는 부당이득금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며 “이 판결로 병원의 불법행위의 직접 피해자인 환자들이 소송의 부담을 덜게 된 것은 물론 지급절차가 간단하다는 점을 악용해 먼지 부당이득금을 챙긴 뒤 환자에게 실손보험처리를 강권한 병원들의 탈법행위를 막을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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