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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피의 한 주'…마약과의 전쟁에 일주일새 85명 사살

필리핀 정부가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박차를 가하면서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19일 필리핀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마닐라 일대에서는 지난 17일 밤에서 18일 새벽 사이 최소 25명이 마약 관련 혐의로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로써 경찰의 특별단속이 본격화한 지난 14일 이후 마닐라와 인근 불라칸 주에서 사살된 마약 용의자의 수는 85명으로 늘어났다.

특정 지역에서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용의자가 사살된 것은 작년 6월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마약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국내외 인권단체와 필리핀 야권은 초법적 처형이 자행되고 있다면서 경찰의 마약용의자 대량사살을 비난하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정부 2인자인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마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국민이 경찰의 마약소탕전에 분노를 표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리핀 경찰은 총을 쏘는 등 단속에 저항한 용의자들만 사살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로널드 델라로사 필리핀 경찰청장은 "대규모 (특별단속) 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용의자 사살 급증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오히려 경찰의 마약사범 대량사살을 칭찬하면서 즉결처형을 부추기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 16일 한 범죄·부패 방지 자원봉사단체의 설립 기념식에서 "임무중 행동과 관련해 곤란에 처한 경찰과 군인은 감옥에 보내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권운동가들이 법 집행을 방해할 경우 사살 지시를 내릴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필리핀 국내에선 실적을 높이려는 경찰관들이 저항하지 않는 용의자와 무고한 시민까지도 무차별로 학살하고 있다는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필리핀 경찰은 지난 14일 불라칸 주에서 24시간 특별단속을 벌여 권총과 수류탄을 들고 저항하는 마약용의자 32명을 사살하고 109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지만, 단속에 투입된 경찰관 중에서는 사상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16일 밤에는 루손 섬 중부 칼로오칸 시에서 고교생인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일명 이안·17)가 등에 총을 맞고 사망했다.

경찰은 이안이 경찰관에게 총을 쐈다고 밝혔으나, 주변에선 경찰관 두 명이 이안을 끌고 가 폭행한 뒤 총을 쥐여주고 달아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이번 단속은) 무계획적인 유혈극이 아니라 공동체에 뿌리 박힌 마약 소매 네트워크를 뿌리 뽑기 위한 작업이라면서 마약과의 유혈전쟁에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는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 3천200명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며, 이와 별개로 수천명이 자경단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