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7함대 소속 구축함이 21일 싱가포르 인근에서 유조선과 충돌해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미국 내에서는 한반도 및 극동아시아 방위를 담당하는 7함대가 올해 들어 4번이나 사고를 내면서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태세가 불안하다는 의견과 동시에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7함대 소속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존 S. 매케인(DDG-56)함은 21일 오전 5시24분 무렵 싱가포르로 향하던 중 라이베리아 선적 유조선 알닉호와 충돌했다. 사고 장소는 싱가포르 동쪽 해상으로 세계에서 2번째로 붐비는 항로인 말라카해협 입구 근처였다. 존 S. 매케인함은 사고 직후 선미 좌측에 구멍이 생겨 7곳에 침수가 발생하고 추진력과 전력을 일부 상실했으나 자력으로 싱가포르 항구로 이동했다. 사고 와중에 승조원 10명이 실종되고 5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4명은 싱가포르 해군에 의해 구조되어 현지 병원으로 후송됐다. 3만t급 유조선인 알닉호는 뱃머리쪽이 부서졌으나 싣고 있던 기름이 새지는 않았다. 알닉호는 사고 당시 1만2000t의 기름을 싣고 있으며 이번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었다. 사고 직후 미 해군 강습양륙함 아메리카함과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 해군 등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
CNN의 릭 프랑코나 군사분석가는 "수많은 레이더와 통신장비 및 감시 인력을 지닌 해군 구축함이 3만t 짜리 느림보 유조선을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 공군 대령 출신으로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군사 담당관을 지냈던 그는 유조선이 무슨 짓을 했던 간에 구축함이 이를 피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프랑코나는 "최소 7함대나 해군 전반의 상급 지휘부에 떠들썩한 파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미 태평양사령부 연합정보국 작전국장을 맡았던 칼 슈스터 하와이 퍼시픽 대학 교수는 유조선이 크기와 속력 때문에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며 구축함이"붐비는 해협에 진입하면서 훨씬 긴장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7함대는 올해 들어 이번 사고까지 4건의 해양 사고를 내며 기강해이 논란에 휩싸여 있다. 지난 1월에는 미사일 순양함 앤티텀(CG-54)이 일본 도쿄만에 정박하려다 좌초됐으며 5월 9일에는 다른 순양함 레이크 챔플레인(CG-57)이 경북 영덕군 동쪽 해상에서 한국 어선과 충돌했다. 6월 17일에는 구축함 피츠제럴드(DDG-62)가 일본 시즈오카현 이즈반도 인근에서 필리핀 선적 컨테이너선과 충돌해 승조원 7명이 사망했다.
사고가 발생한 4척 모두 북한 미사일 방어에 핵심인 이지스 방어시스템을 장착한 함선들이다. 프랑코나는 "지금 미 해군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이지스 시스템을 갖춘 사고함선 4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NN은 이번 사고로 이지스 시스템 장착한 함선 중 일본에 모항을 둔 10척 가운데 최소 2척이 작전불능 상태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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