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차세대 원자력발전에 열의를 갖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테라 파워'란 원자력 관련 회사를 차린 그는 한국을 원전사업의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2013년 방한했다. 당시 "지금은 IT 관련 산업에 사용되는 전력이 전 세계 전력생산량의 5% 정도이지만 2050년쯤에는 약 50%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차세대 원전을 4차 산업혁명기 전력 수급의 대안으로 지목한 셈이다.
물론 전력생산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장기적으로는 핵융합발전소가 더 나은 대안이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핵분열 시 열에너지를 이용하는 원전보다 안전성도 높고 폐기물 처리 부담도 작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아직은 전 세계적으로 걸음마 단계로, 언제 경제성을 갖춰 상용화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2007년부터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핵융합실험로 '케이스타'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명사가 유발 하라리가 그랬던가. 인공지능(AI)과 생명공학(BT)이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전개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원전이 전력 이외에 다른 산업적.의학적 효용가치도 있음을 간과해선 안될 게다. 그럼에도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가 가동이 중단된 지 3년1개월째 방치되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핵분열 시 생성되는 중성자를 활용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원자로를 가리킨다. 그간 하나로에서 생산된 중성자는 수소연료전지 개발에도 활용됐다. 특히 갑상샘암 치료에 쓰이는 요오드-131 등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에도 기여했다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7년 6월 현재 전 세계에서 가동 중인 연구용 원자로는 216기다.
우리는 이미 요르단에 5㎿급 연구용 원자로를 수출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도 현 정부의 탈원전 분위기에 휩쓸려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라니 여간 안타깝지 않다. 진작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조차 수도 베를린과 뮌헨에 연구용 원자로를 가동 중이지 않는가. 발전용 원전 건설 중단과 별개로 평화적인 핵 이용권마저 포기하는 우를 범해선 안될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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