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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 1심 징역 5년] "항소심 남았으니 계속 싸우자" "유죄인데 왜 5년 밖에 안되나"

법원 앞 시위대 반응.. 보수단체 "조작된 판결" 태극기 흔들며 석방 촉구
진보단체 "12년도 약해" 징역 5년에 아쉬움 표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한 25일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특히 이날 긴장감이 고조된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안팎에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 경찰이 경력을 집중 배치하고 법원은 철저히 통제했다.

이날 이 부회장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깊은 탄식과 환영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시민혁명 국민운동본부'(국민운동본부) 측은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받자 깊게 탄식했다. 일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고 사법부와 문재인 대통령, 언론을 욕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국민운동본부는 "대한민국 사법부는 정의를 구현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모든 투쟁을 선언한다"며 "2심이 남아 있으니 희망을 버리지 말고 계속 싸우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모씨(81)는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프랑스 대혁명 당시 루이 16세를 단두대에 세울 때 혁명세력이 '네가 죄가 없으면 혁명이 죄가 된다'고 했다"며 "이 부회장은 죄가 없어도 마찬가지로 사법부에 처단됐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엄중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단체들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실형 선고 소식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다만 재판부의 징역 5년 선고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있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 서비스지회 소속 박숭용씨(40)는 "이번 판결로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사라진 것 같다"면서도 "유죄판결은 좋지만 모든 게 유죄인데 왜 5년밖에 안 되는지 모르겠다. 아직까지 법조계가 바뀌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고 전했다.

양측은 이날 선고공판에 앞서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각각 집회를 열었다. 불과 3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처벌'과 '석방'을 요구하는 양측의 상반된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민운동본부 소속 300여명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 부회장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재용 부회장 무죄판결 석방'이 적힌 피켓을 들고 "특검 증거조작 죄 없는 이재용 부회장을 즉각 석방하라" "사법부 특검 조작된 증거인멸 판결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 석방도 요구했다. 국민운동본부 측은 "이 부회장은 국가를 위해서 돈을 내놨지 박 전 대통령 개인을 위해 낸 게 아니다"라며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삼성을 죽이려 하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을 유죄로 만들려는 수작"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 서비스지회와 노동당 등은 '중대 범죄자 이재용 엄중 처벌하라'라는 현수막을 걸고 집회와 기자회견을 이어갔다. 이들은 '삼성 이재용 엄중처벌은 국민 명령이다' '뇌물 횡령 위증 재산국외도피 징역 12년도 약하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삼성전자 비정규직 서비스지회 이동석 분회장은 "반올림 노동자들 79명이 목숨을 빼앗겼고, 많은 분들이 병을 앓고 있다"며 "왜 대한민국에는 헌법이 있음에도 삼성 앞에서는 헌법이 고개 숙여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양측 집회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곳곳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신경전도 펼쳐졌다. 국민운동본부 측 50대 여성은 "이 나라는 위아래가 없다.
어른이 없는 나라"라며 이 부회장 처벌을 촉구하는 시민들을 향해 욕했다. 이에 이하 작가(49)는 "각자 양심에 따라 이 자리에 나왔지만 잘못된 신념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국민운동본부 측 일부 참가자들이 취재 중인 기자를 향해 강하게 항의하는 소동도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