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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성년후견인, 주주권 행사 가능".. 첫 판결

성년후견인이 법원 허가를 받아 피후견인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21단독 재판부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 결정’사건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

서울가정법원이 선임한 한 성년후견인 법무법인의 후견을 받고 있는 피성년후견인 A씨는 주식회사 3곳의 최대 주주다. A씨의 아들인 B씨는 이 가운데 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B씨 등은 성년후견인 법무법인이 이 회사 대표이사를 교체하기 위해 주주총회 소집허가를 청구하자 지난 2월23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의 범위 중 A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 교체는 권한초과행위로서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사항임을 확인한다'는 청구취지로 성년후견인 법정대리권의 범위결정 심판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성년후견인 A씨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이사·감사의 변경에 관한 사항은 A씨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포함한 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항"이라며 “성년후견인의 대리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A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이사·감사 변경을 위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성년후견인의 대리권 행사에 법원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사항’에 추가했다.

이어 재판부는 “B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등의 대표이사·이사·감사의 임기가 만료된지 1년이 넘었다”며 “이 회사의 B씨에 대한 대여금 총액이 약 389억원에 육박해 회사와 A씨의 재정적 부담이 상당한데도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고 있다”며 성년후견인인 법무법인이 A씨를 대리해 각 회사의 대표이사 등을 변경하고자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행위를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번 법원의 판단은 대주주인 피성년후견인의 주주권 행사와 관련해 성년후견인이 피후견인 소유 주식의 주주권을 행사할 경우 중요한 사항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최초로 명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