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부탄과 영토분쟁 중인 도카라(중국명 둥랑)에서 인도와 벌인 무력충돌 위기는 일단 상황 종료됐다. 이 지역에서 중국군이 도로공사를 시작하고 부탄의 동맹인 인도가 병력을 파견하면서 양국은 두 달여 일촉즉발의 대치를 이어왔다. 얼마 전 양국 군은 난투극과 돌팔매질까지 주고받았다.
1962년 한 차례 국경전쟁을 치른 두 나라다. 하지만 짙어가던 전운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말끔히 걷혔다. 인도가 요구한 중국의 공사중단, 양국 군 동시 철수가 관철되면서다. 이처럼 '코끼리'(인도)와 '공룡'(중국)의 충돌이 예상 밖으로 싱겁게(?) 일단락되면서 여진처럼 뒷얘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양국 언론들이 자국의 승리로 포장하고 있는 가운데 '가짜 뉴스'까지 등장했다. 중국이 인도군 철수 대가로 200억달러(약 22조4000억원) 규모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약속했다는 루머가 그것이다. 다만 이 소문은 일단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8월 30일 중국 인터넷 매체인 펑파이는 "소문의 진원지는 '힌두스탄프레스'라는 인도의 '듣보잡' 매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그럴싸한 추측 보도는 이어졌다. 중국이 둥랑에서 긴장이 한창 고조될 무렵 부탄을 회유하려고 100억달러 경제지원을 제안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이런 관측이 꼬리를 무는 까닭이 뭘까. 인접국들과의 분쟁을 돈 보따리를 풀어 해소하는, 중국의 이른바 '은탄(銀彈) 외교' 관행 때문일 수도 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이 친중 노선으로 돌아선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물론 중국이 이번에 '총탄' 대신 '은탄'을 택했다는 근거는 아직 미확인 상태다. 다만 중국도 1962년 국경분쟁 때처럼 쉽게 무력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그사이 인도가 경제.안보 양 면에서 괄목할 만큼 힘을 키운 덕분일지도 모른다.
인도는 아직 총체적 군사력에서 중국에 뒤지지만 핵.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은 만만찮게 갖췄다. "슬프게도 국제정치는 늘 냉혹하고 위험하다"(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고 했다. 중국이 부당한 사드보복을 가해 오고 있는 지금 우리도 '약한 자의 슬픔'을 곱씹지 않으려면 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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