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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육아, 여성몫 아냐…'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효과 낼것"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에게 듣는 한국의 저출산 해법
출산율 얼마나 심각한가
1970년대 신생아수 연간 100만명 .. 올해에는 30만명대로 떨어질 듯
고령화와 맞물려 사회전반에 타격
정부 주도 정책이 효과적
둘째 육아 위해 휴직한 남편에게 첫 3개월은 통상임금 100% 지급
상한액 200만원으로 인상키로
기업도 함께 풀어갈 문제
일본, 일자리가 지원자수 앞질러.. 이대로 가면 한국에도 닥칠 상황
유연근무제 등 적극 동참해야

"예전에 '가족계획'을 성공시켰던 경험을 살려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저출산정책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인구보건복지협회 신언항 회장은 최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국민들의 인식변화와 다양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재인정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과제 중 하나가 바로 저출산이다. 최근에는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전담 지원하는 체계를 강화하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시행령' 개정안도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저출산은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신생아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조사됐다.

[인터뷰] "육아, 여성몫 아냐…'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효과 낼것"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이 서울 영등포구 버드나무로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출생아 수가 줄면 유소년인구,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면서 "'가족계획'을 성공시켰던 경험을 살려 정부가 추진하는 저출산 정책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7년 6월 인구동향'을 보면 6월 출생아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2% 감소한 2만8900명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적 출생아수는 전년 대비 12.3% 감소한 18만8500명이다. 역대 최저를 기록한 40만6300명의 신생아가 태어난 지난해 상반기 출생아는 21만5000명이었다. 신 회장에게 저출산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예전 '대한가족계획협회'로 인구증가 억제정책을 홍보했다. 저출산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시기가 언제부터인가.

▲전쟁을 마친 1960년대는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집집마다 자녀를 6~7명씩 낳아 기르느라 생활은 더욱 궁핍했다. 그 시절 인구성장률은 3%로 폭발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식량부족과 연결됐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했다. 정부는 경제개발5개년계획에 가족계획사업을 주요 국책사업으로 채택했다.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였던 우리 협회는 정부와 긴밀한 협조하에 '적절한 자녀 수 갖기 운동'을 민간부문에서 전개했다. 정부와 협회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구증가 억제정책이 도입된 지 20여년 만인 1983년에 인구대체수준인 출산율 2.06명을 달성했다. 당시 협회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잘 기른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 등 아직도 기성세대들이 기억하는 과감한 표어를 채택했다. 이 표어는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박힌 남아선호 사상을 불식시키는 데도 크게 공헌했다고 자부한다. 이후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합계출산율은 1.6명 내외로 안정된 시기였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05년에는 사상 최저치인 1.08명을 기록하게 됐다. 학계에서는 이를 '1.08명 쇼크'라고 부를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이때부터 대통령 직속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저출산 현상에 관심을 쏟게 됐다. 2006년에는 '인구보건복지협회'로 기관 명칭을 변경해 본부와 전국 13개 지회에서 저출산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금의 저출산 현상을 과도한 인구억제정책인 가족계획사업 탓으로 돌리는 주장도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저출산 극복 정책을 놓고 일각에서는 '언제는 아이를 그만 낳으라'고 하더니, 이제는 '저출산이 문제다'라며 과거의 가족계획사업을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 우리나라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1960년대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6명이었다. 한 여성이 여섯 명 정도의 자녀를 낳는 것이다. 문제는 당시 보건상태가 열악해 영아사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정도로 높았다. 가족계획운동은 단지 '출산 억제'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었다. 모성과 영유아의 건강증진을 위한 '공중보건운동'인 동시에 국민경제 수준을 높여 생활의 질적 향상을 느끼게 하자는 '문화운동'이었다.

―현재 출산율은 어느 정도 심각한 상황인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약 100만명이 출생했다. 그러다 2002년에 40만명대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30만명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출산은 인구 감소로 이어져 2032년부터는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31년 5296만명을 기록한 후 감소할 전망이다. 출생아수가 줄어들면 유소년인구,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학교에는 학생수가 한 반에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초등교사 미발령 인원은 3000명이 넘지만 선발인원은 축소되고 있다. '초등교사 임용대란'과 같은 사회적 문제도 저출산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또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터 감소가 시작되고 있다. 구매력이 높은 노동인구가 줄게 되면 경기는 침체된다. 반면 노인인구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젊은 층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저출산 현상은 도미노처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생산과 소비 위축은 저성장을 야기하고, 잠재성장률을 하락시킨다. 저출산대책 정책은 20년 후에야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금 당장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저출산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문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저출산의 가장 큰 문제는 젊은 층의 결혼.출산 포기가 지속되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가치가 회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혼과 출산이 부담으로만 연결돼 가족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는 듯하다. 가족과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이 강조돼야 한다. 중요한 것은 '가족친화 문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가정과 직장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남성도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업주는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직장환경이 기업경쟁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을 인지하고 근로자에게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터뷰] "육아, 여성몫 아냐…'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 효과 낼것"
신언항 회장 ■약력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료윤리협동과정(보건학박사) △보건복지부 차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 △중앙입양원장 △제5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현) △인구보건복지협회장(현)


―다른 나라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출산율이 높은 유럽 국가들은 저출산대책을 정부 주도로 추진했다. 스웨덴의 경우 세계 최초로 기존의 출산휴가를 '부모휴가제'로 대체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부라면 휴직기간 중 각각 90일을 사용해야 하고 390일 동안은 급여의 약 80%를 지원받는다. 당시 기업들이 제도 도입을 꺼리자 정부가 나서 기업을 설득했다.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제'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제도는 둘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육아휴직을 신청한 남성에게 첫 3개월의 육아휴직급여를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는 제도로 상한액을 기존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한 것이다. 또 합계출산율이 2명인 프랑스의 경우 혼외출산에 대해 관대하다. 정부는 시민사회연대협약을 통해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에게도 법적 권리를 동등하게 부여한다. 이는 미혼모와 미혼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없애는 데 일조했다. 우리나라는 '결혼 후 출산'이라는 사회적 관습 탓에 혼외출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하루 평균 약 3000명이 임신중절로 인해 태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저출산 극복을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서 출산 친화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는 다양한 가족형태를 수용하는 포용적 가족관이 형성돼 포기되는 출산을 방지해야 한다.

―협회에서 저출산과 관련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인구보건복지협회는 인구정책을 홍보하고 교육하는 민간기관이다. 1961년에 설립돼 올해가 56년째다. 협회는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관심으로 부각된 2005년, 임신.출산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10월 10일 '임산부의 날'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다. 현재는 서울교통공사와 업무협약을 맺어 지하철에 임산부 배려석을 마련했으며, 임산부 엠블럼을 가방고리로 제작해 겉으로 티가 나지 않는 초기 임산부가 배려받을 수 있는 환경조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참고로 올해는 KBS 아나운서협회와 함께 임산부의 날을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SNS 홍보를 계획하고 있다. 또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한 '저출산극복 사회연대회의'를 구성해 그들의 의견을 수렴해 지역특성에 맞춰 저출산극복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협회는 인구교육, 전국대학생 인구토론대회, 임신.출산.육아 종합포털사이트 '아이사랑', 난임상담, 모유수유.착유실 설치지원 등 임신.출산.육아 친화 환경 조성을 위해 대상별 맞춤 프로그램을 전개하고 있다.

―저출산 장려를 위한 칼퇴근 문화, 유연근무제 등이 기업에 너무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얼마 전 일본의 정규직 일자리가 지원자 수를 앞질렀다는 기사를 봤다. 저출산 여파로 정규직 구인난을 겪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비정규직 인력 부족은 더욱 심각해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지 못해 영업시간을 줄이는 점포가 생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보다 저출산을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저출산 현상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족친화 경영은 장기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청년실업이 머지않아 노동력 수급 문제로 다가올 수도 있다. 기업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려해야 한다.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에 대한 대책도 마련 중인가.

▲우리나라 입양아동의 대다수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다. 하지만 한국의 혼외출산율은 1.9% 정도다. OECD 평균인 39.9%에 비해 크게 낮다. 혼외출산율이 50%가 넘는 프랑스의 경우 혼인신고를 한 부부 가구와 사실혼 가구, 미혼모.부 가구에 대한 차별이 없다. 각자가 선택한 가족형태를 존중하고 그 안에서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국 사회도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혼외출산을 장려하자는 말이 아니다. 아이는 어떤 가정에서 태어나든 건강하게 자라야 하고 어떤 형태로든 자녀를 기르겠다고 결심한 부모는 존중받아야 한다. 이에 협회는 양육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녀와 함께 참여하는 자조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류하고 자녀와 함께 정서적 교감을 이어가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