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노조가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잘못됐다며 중단할 것을 요구해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1일 시작된 선임 절차가 윤종규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것이 이유다.
반면 사측은 KB의 지배구조와 경영승계규정은 정부가 정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헌 법률과 시행령'을 반영해 적법하게 제정된 것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KB금융 지배구조를 둘러싼 잡음이 다시 빚어지며 '제2의 KB사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KB금융 계열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KB노동조합 협의회(이하 KB노협)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보한 경영승계 절차는 윤종규 회장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며 "날치기 선임절차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KB금융은 지난 1일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첫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를 열고 윤 회장을 포함한 23인의 회장 후보를 확정한 바 있다.
KB금융은 오는 8일 2차 확대위를 열고, 최종 회장 후보를 3인 까지 추려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투명성 의혹을 제기했다. 확대위가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는 것이 쟁점이다.
KB노협은 "윤 회장에 의해 연임을 보장받은 사외이사들이 이제 차기 회장 선임을 준비하고 있다"며 "KB금융지주 회장이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참여하는 것도 모자라, 회장이 선임한 사외이사가 다시 회장을 선임하는 '회전문 인사'가 가능하다"고 비난했다.
현재 KB금융 확대위는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사외이사 6인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전원 연임이 결정된 바 있다. 현재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KB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윤 회장을 포함, 사외이사 3인으로 구성됐다.
KB노협은 "회장과 그 수하인 은행 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을 관리하는 상시 지배구조위원회에 참여해 경영승계규정이나 공모 절차도 없이, 헤드헌팅 회사에서 추천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후보군을 선정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사측은 이를 정면 반박했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KB금융 이사회가 지난해 7월 제정한 경영승계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는 같은 해 시행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위원회 규정과 경영승계 규정은 당사 홈페이지, 반기보고서, 연차보고서 상에 수시로 공시하고 있으며 회장 후보군(Long list) 결정 사실도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날치기 선임'과 '연임을 위한 요식행위'라는 노조의 주장도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경영승계규정에는 회장 임기만료 최소 2개월전에 승계절차를 진행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이는 주총 개최 등 절차 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명시한 것 뿐"이라며 "외부후보자군의 경우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을 받고 있으며, 후보자군 확정시 이해상충 방지를 위해 사내이사(윤 회장, 이홍 부행장)은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KB노협은 KB금융의 지배구조를 바꾸기 위해 하승수 변호사를 새로운 사외이사로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하 변호사는 참여연대 출신으로 KB증권과의 합병 전 현대증권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다만, 노협의 카드가 윤 회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주 자격으로 사외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흔한 일이어서 이를 거부할 수는 없다"며 "다만 새로운 사외이사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오는 11월 임시주총을 거쳐 내년 3월에나 결정되기 때문에 윤 회장 연임 저지 카드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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