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여 명 찾던 곳이 일약 유명 관광지로
기반 시설이 없는 만큼 후유증도 잇따라
금오름에 오르는 관광객/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효리 누나 금오름 오르기 쉽다면서요"
이 글은 최근 한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해시태그 '#금오름'과 함께 쓴 글이다.
가수 이효리·이상순 부부가 3년여 만의 공백을 깨고 출연한 JTBC '효리네 민박'에 등장한 제주 백약이오름과 금오름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백약이오름은 방송 전 약 100여 명의 관광객이 찾은 곳이지만 최근 수 배에 달하는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이 곳은 지난 7월 9일 '효리네 민박'에서 일명 '김해 시스터즈'가 이곳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소개됐다. 방송에선 풀밭을 뛰어다니는 소들의 모습과 아름다운 항공 촬영 영상에 힘입어 인기가 치솟은 것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있다. 협소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차들이 도로에 갓길 주차를 하면서 인근 도로가 혼잡하다. 주차장에는 푸드트럭까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화장실이 없고 쓰레기를 처리할 만한 공간이 없어 관광객의 불편이 예상된다.
소외됐던 장소에 관광객이 증가하는 일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되는 등 긍정적인 일이지만 제대로 기반 시설을 갖추지 못한 곳에 급격히 관광객이 몰리면서 교통체증, 쓰레기 투기 등의 각종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귀포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백약이 오름 주변에 급격하게 관광객이 늘어 감에 따라 풀베기 등 주변 환경 정화 작업을 실시했다"면서 "다만 관광객 수요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측이 어려워 기반 시설 확충 계획은 검토 중이다"고 전했다.
JTBC '효리네 민박'에 방영된 백약이 오름과 금오름/사진=JTBC '효리네 민박' 화면 캡처
백약이오름 주차장이 가득차자 관광객이 갓길 주차를 한 모습../사진=인스타그램 사용자 'ssyy_***'
'효리 효과'를 받은 곳은 또 있다. 제주시 한림읍에 위치한 금오름으로 이곳 또한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었다.
이곳은 이효리의 집과 매우 가까워 부부가 자주 산책하던 비밀스러운 장소였는데 지난 3일 방송에서 이효리 부부와 가수 아이유가 찾으면서 일약 유명 관광지로 거듭났다. 이곳은 최근 발매한 신곡 '서울'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곳이기도 해 이효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소개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선 이효리가 석양을 배경으로 아이유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을 연출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줬다.
인근 지역의 한 주유소를 운영하는 주민은 "방송 덕분인지 손님이 늘긴 늘었다"면서 "차가 올라갈 수 없는 만큼 입구에 주차를 하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잇따르자 일각에선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인기만큼 그 파급효과가 크다는 걸 짐작해 최소한 주변의 기반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아닌지 확인 후 방영해야 하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상순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고통을 호소 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SNS에서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분들이 우리 집에 찾아오고 있습니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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