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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50대남성’ 자살자 연령대별 최고

10만명당 53.7명에 달해 평균 자살률 26.5명의 2배
부모부양.자녀교육 책임과 직장 스트레스.경제 문제로 자칫 극단적 자살로 이어져
50대 예방 프로그램은 미비

‘위기의 50대남성’ 자살자 연령대별 최고

부모부양과 자녀교육, 노후까지 준비해야 하는 '샌드위치 세대' 50대 남성의 자살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들은 직장 스트레스와 가계 경제위기, 실직 등에 대한 감정 표출을 자제하는 경향 때문에 자칫 극단적 자살로 이어진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미흡해 청소년, 노인 자살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은 다양하게 마련되는 반면 50대 남성 대책은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경제위기 취약…"퇴직교육, 일자리 절실"

11일 통계청의 '2015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체 자살 사망자 1만 3513명 중 50대는 2795명, 약 20%다. 50대 사망원인 1위는 암, 2위는 자살이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로 따지면 50대는 더 심각하다. 해당년도 한국 전체 평균 자살률은 26.5명이지만 50대는 이보다 많은 34.3명이다.

50대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률이 높다. 자살한 50대 남성은 10만명당 53.7명, 50대 여성 자살자는 14.7명이었다. 성비가 3.7배로, 전 연령 통틀어 가장 높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남성들의 관계는 직장위주인 경우가 많아 퇴직 이후 단절감이 커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세대는 가부장적 가치관 탓에 감정 표출보다는 억압이 익숙해 극단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자살방법이 더 공격적이고 충동적이라는 점, 알콜의존 비율이 높다는 점도 자살률이 높은 원인으로 꼽힌다.

경제위기 때 자살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자살률은 1993년까지 인구 10만명당 9명 이하를 유지하다가 1998년 18.4명, 2003년 22.6명, 2009년 31명으로 급증했다. 국제금융위기, 신용카드 대란, 미국발 금융위기 등 경제 위기 직후 시점과 일치한다.

50대 남성은 특히 '경제문제'로 자살을 결심한다. 50대는 소득이 정점을 찍고 하락세로 전환되지만 여전히 경제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2017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15년 50대 자살생각 동기 1위는 '경제생활문제'(31.3%)였다. 2위는 30.6%로 정신과적 질병문제였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1988년 국민연금이 시작됐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퇴직 이후 소득대체율을 경감시켰다"며 "그간 100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퇴직 이후 70만원 이상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70%로 끌어올려야 한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0%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국은 중년의 위기라고, 장년층 경제.정신문제에 대한 전문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며 "한국은 이 분야 전문가가 없어 정책적 대비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복지제도는 부양 중심으로 아동, 노인, 여성에게 집중됐는데 이제 중장년 남성도 포함돼야 한다"며 "퇴직 프로그램을 기업에서 제공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신건강 사각지대…"교육 접근성 어려워"

50대 남성에 대한 자살예방 시스템 마련도 허술한 상태다. 김현정 한국자살예방협회 대외협력위원장은 "최근 노인자살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자살예방사업이 노인복지관 등에 집중됐다"며 "반면 실직, 이혼이 늘고 50대 1인가구가 증가하는데도 이들은 타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없어 복지 손길이 미치지 않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50대 정신건강관리 역시 사각지대라는 지적이다. 국가건강검진 때 '생애전환기 정신건강검진'은 만 40살과 66살을 대상으로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우울증환자는 전체 57만 8161명이다.
이중 50대 남성은 3만 3679명으로 가장 많고 2014년부터 증가 추세다.

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50대는 급작스러운 경제적, 신체적 변화로 인해 우울증을 동반할 수 있다"며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남성은 홀로 도피하고 복지를 거부해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민관협력을 통해 50대 남성을 위한 상담과 복지,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