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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거물 투자자들 미 증시 붕괴대비 현금 비축중"

【뉴욕=정지원 특파원】 미국 증시의 호황에도 불구, 미국 월가의 펀드 매니저들이 혼란을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미 증시 역사상 두 번째로 긴 증시 상승세가 진행 중이지만 월가의 거물 투자자들과 펀드 매니저들은 거품 붕괴에 대비, 현금을 비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이 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증시와 채권 시장은 지정학적 및 경제 성장세에 대한 우려와 각국 중앙은행의 부양책 중단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각각 13%와 8% 넘게 상승했다.

FT는 그러나 “주식과 채권의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없는 장세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반전될 것이란 공포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CNBC가 주최 콘퍼런스에서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오메가어드바이저스의 레온 쿠퍼맨은 “증시가 약세장으로 돌아서지 않겠지만 언제든지 5~8% 조정될 수 있다”며 “특히 채권에 거품이 껴있다”고 진단했다.

타이거 매니지먼트의 줄리언 로버트슨 창업자 또한 “증시 밸류에이션이 현재 매우 높은 상태”라면서 거품에 대해 경고했다.

FT는 월가의 큰손인 핌코의 댄 아이바신에서부터 퍼싱스퀘어의 빌 에크만에 이르기까지 시장 요동에 대응할 수 있는 자산을 사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도 지난달 워싱턴 정계에 대한 우려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300억달러 규모의 자산 매니저인 바우포스트의 세스 클라만은 최근 자산의 42%가 현금인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월가 펀드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시장 하락을 준비하고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전달 대비 9%포인트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4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매니저들의 평균 현금 보유 비중은 4.8%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낮아졌으나 이는 10년 평균인 4.5%를 웃도는 수준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이튼반스의 헨리 피바디 채권 펀드 매니저는 “요즘에는 기회를 잡기가 상당히 어렵다”며 “현재로선 투자에 따른 수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 투자자들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노던트러스트에셋매니지먼트의 밥 브라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위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증시 밸류에이션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각하고 저금리와 실적 호조, 경제 성장에 힘입어 주가 오름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jjung72@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