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 역사상 두번째 16년 장기집권 총리가 될 전망이지만 조타수를 제대로 돌리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4연임은 예상된 결과였지만 우파 세력의 급부상이 충격을 안겼다. 메르켈이 밀어부쳐온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개혁, 난민 지원, 이민자 수용, 법인세 감세, 실업률 감소 등의 과제를 달성하려면 어느 정당과 손잡아야 할지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메르켈뿐 아니라 우파도 역사 써”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이번 독일 총선을 메르켈 재임기간중 최악의 결과라고 논평했다. 독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기민·기사 연합(CDU/CSU)은 33%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4년전에 비해 약 8%포인트 떨어진 표는 극우파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그대로 흡수, 12.6%를 따내 제3당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처음으로 분데스탁(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하며 각을 세웠다. 이를 두고 주요 외신들은 그간 관대한 이민자 정책에 분노해온 독일 국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무분별한 난민 유입까지 겹쳐 국가안보와 국가 정체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는 얘기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 “예상만큼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면서 “무엇보다 좋은 정치를 통해서 AfD에 투표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며 그들의 우려와 공포를 제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메르켈 총리가 역사를 만들었지만 극우 정당 또한 처음으로 의회에 진출함으로써 역사에 남게 됐다”면서 “반대파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메르켈의 발언은 앞으로 극우파를 포함한 반대파의 목소리가 커질것을 암시하는 전조현상”이라고 논평했다.
■난민지원, 국경관리,대미무역 등 마찰 빚을듯
극우파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 메르켈이 밀어부쳐온 인본주의 정책에는 균열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그간 집권당이었던 기민·기사(CDU/CSU) 연합은 난민 또는 이민자 유입에 우호적이었지만 AfD는 정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독일 도이체벨레 방송에 따르면 AfD는 난민 수용에 연간 상한선을 두자고 제안해왔다. 이민자에 대해서는 ‘제로(Zero) 이민 정책'을 표방하고 있으며 어떠한 형태의 이산가족 재결합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유입된 난민을 통한 이산가족 결합을 무분별하게 허용할 경우 안보에 문제가 될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수의 무슬림 국가들과 아프리가로부터 넘어온 난민들에 대한 우려가 크다.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 엄격한 국회 추방이 필요하다는 것도 주장해왔다. CSU/CDU연합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한해 이민을 허용토록 하는 ’숙련공 이민자 법안‘ 등을 밀고 있다.
알렉산더 가울란트 AfD 총리 후보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우리는 해냈다. 국가를 변화시킬 것이다. 메르켈을 쫓아버릴 것이다”라며 메르켈 총리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밖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속에서 향후 무역압박 문제를 어떻게 풀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자메이카 정당’ 돌파구 되나
외신들은 메르켈 호의 순항 방정식을 풀 해법으로 CDU/CSU 연합과 자민당(FDP), 녹색당(GP)과의 대연정이 채택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당의 상징색을 더하면 자메이카 국기를 연상시켜 ‘자메이카 정당’이라는 별청이 붙었다. 그간 CDU/CSU는 사민당(SPD)과 대연정을 통해 독일을 이끌어왔으나 마르틴 슐츠 대표가 집권 연정에 참여치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다른 공식이 필요하게 됐다.
자메이카 연정은 독일의 일부 주에서는 시도한 적이 있지만 연방 의회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대연정 공식이다. 극우파와의 연합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의견 충돌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이 자메이카 대연정을 제대로 작동되게 하려면 중도노선을 걸어온 달인으로서 그의 모든 정치적 기술을 다 소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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