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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보리, 미얀마 난민사태에 찬반양론...美 독자 제재 나설 수도

유엔 안보리, 미얀마 난민사태에 찬반양론...美 독자 제재 나설 수도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출석해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성토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동안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인종청소를 방관해 온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8년 만에 미얀마를 언급하며 로힝야족 난민 위기를 논의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미국은 미얀마 정부를 강력히 규탄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를 감싸며 국제적인 압박이 부당하다고 맞섰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28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회의에서 로힝야족 사태로 "인권이 악몽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말했다. 이어 현 상황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번지는 난민 위기"라고 강조했다.

■로힝야족 절반이 난민으로 전락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연설에서 "미얀마에서 탈출한 이들에게서 무시무시한 증언을 들었으며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 노인들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미얀마에서 "폭력과 심각한 인권유린, 무차별적인 발포, 민간인을 상대로 한 지뢰 사용 및 성폭력이 벌어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로힝야족에 대한 즉각적인 군사작전 중단 및 구호단체의 자유로운 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이번 난민 사태는 지난 8월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가 미얀마 서해안의 라카인주에서 미얀마에 대한 항전을 선언하고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불이 붙었다. 로힝야족은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으로 1880년대 후반에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에서 유입된 이주민들의 후손이다. 영국 식민지배 정책으로 미얀마에 이주한 이들은 불교를 믿는 미얀마인들과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었고 미얀마는 1948년 독립 이후 노골적으로 로힝야족을 탄압했다. 지난 2012년에는 양자 간 유혈사태로 200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미얀마군이 지난 8월 이후 대대적인 반군 토벌에 나서면서 라카인주 거주 로힝야족(약 110만명) 가운데 약 절반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것으로 추정된다. 방글라데시 정부에 의하면 27일 하루에만 2만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었다.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따웅 뚠 미얀마 국가안전보좌관은 구테흐스 사무총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라카인주에서 벌어지는 군사작전은 지난달 미얀마 경찰들을 살해한 로힝양족 반군단체를 제거하기 위한 대테러작전이라고 주장했다. 뚠 보좌관은 "미얀마에 인종청소나 대량학살은 없으며 이 같은 혐의를 가볍게 남발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美 미얀마 제재 검토, 중국·러시아 반발
안보리에서 미얀마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룬 것은 2009년 이후 처음이다. 회의에 참석한 니케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우리는 소수민족에 대해 잔혹한 청소 작전을 지속하는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동시에 세계 각국이 미얀마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날 미 여야 상원의원 21명은 미 국무부 등에 보낸 서한에서 미얀마 정부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미국은 53년간 미얀마를 지배한 군부를 견제하기 위해 경제제재를 시행해 왔으나 2015년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화 세력이 문민정부를 이뤄내자 이를 단계적으로 해제했다. 일부 서방 단체 및 교육기관들에서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수치가 로힝야 사태를 방관하자 그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요구하며 수치의 상과 학위를 취소하고 있다.

반면 안보리에 참석한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정부를 두둔했다. 앞서 훙량 주미얀마 중국대사는 미얀마 국영 매체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중국은 라카인주 테러 공격에 대해 미얀마 내정문제라고 본다"고 밝혔다. 훙 대사는 "미얀마 정부군이 극단적 테러리스트에 반격을 가하고 주민 원조에 나서는 것을 환영한다"며 사태의 책임이 로힝야족 반군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이 로힝야족과 같은 이슬람 민족인 위구르족의 저항을 걱정하는 상황이며 미얀마 정부와 협력으로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계획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바실리 네벤쟈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안보리 회의에서 "미얀마 외부 세력들이 이번 사태에 객관적이고 자제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며 국제 사회의 개입을 탐탁지 않게 봤다. 안보리는 이날 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내지 않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