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정지원 특파원】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박 조치가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평가했다.
WSJ는 8일(현지시간) 최근 약 20개국이 북한과의 외교 및 비즈니스 관계를 단절했다며 이는 미 정부가 지난 1년간 세계 각국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북한과의 외교 및 경제관계 단절 또는 축소 압력 캠페인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는 국가와는 양자관계를 지속할 수 없다며 각국에 압력을 가하는 상황이다. 미 정부는 각국에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북한 기업들을 폐쇄하고 북한 선박 등록 취소, 북한 국적 입항 제한, 대사 추방 등의 조치를 주문하고 있다.
올해 초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서도 미국 측은 북한이 어떠한 양자회담도 진행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까지 멕시코, 페루, 스페인, 쿠웨이트, 이탈리아 등이 자국 주재 북한 대사 출국을 명령했으며 쿠웨이트와 카타르는 자국 주재 북한 노동자들의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미 외교관들은 독일을 비롯한 경제대국에서부터 피지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나라에 이르기까지 세계 모든 국가를 상대로 북한과의 관계를 끊거나 축소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미국의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5월 독일 정부는 베를린 소재 북한 운영 호스텔을 폐쇄시켰다.
WSJ는 대북 압력 강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캠페인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대북 외교정책에 있어 '주춧돌(cornerstone)'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은 각국 외교장관들과 만나기 전 미 국무부 직원들에게 북한 문제와 관련해 상대국에 제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출하도록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미 국무부 관리들은 북한과 관련해 알려져 있는 모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이해관계를 철저하게 파악해놓고 있으며 각국 정부에 요구할 리스트도 마련해놓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미 국무부 대북 압박 전략의 성공 여부를 놓고 미국 내에선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미 정보부 쪽에선 북한에 어떠한 압박을 가하더라도 김정은이 체제유지에 핵심이라 여기고 있는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설득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미 상원 외교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코커 의원은 최근 청문회에서 "틸러슨 장관의 성과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지만 정보부는 북한의 핵 개발을 외교 압력으로 막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민주·하와이)도 "우리가 하는 데까지 해봐도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다수의 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에 대한 압박 전략이 가장 좋은 평화적 해법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은 "새 압박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북한은 결국 미사일 프로그램 운영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은 대북 문제 관련 발언 후 트럼프 미 대통령과 인신공격성 설전을 벌여 미국 정가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코커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들에 대해 무모한 위협을 일삼고 있다"며 "3차 세계대전의 길로 이끌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jjung72@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