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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폐” “신적폐”… 정치권 국감도 잊은 ‘프레임 전쟁’

與 ‘적폐청산 국회’ 기조에 野 ‘무능심판 국회’로 맞불
상대 곤경 노린 프레임 경쟁.. 정책국감 실종 부를까 우려

“적폐” “신적폐”… 정치권 국감도 잊은 ‘프레임 전쟁’
연합뉴스

“적폐” “신적폐”… 정치권 국감도 잊은 ‘프레임 전쟁’
2017 국정감사 첫 날인 12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각각 정책조정회의,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권의 국기문란을 바로 잡겠다며 의지를 다졌고(왼쪽 사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 무능론'을 들고 나왔다. 연합뉴스

'적폐' '신(新)적폐' '정치 보복'….

정치권에 각종 프레임이 난무하고 있다. 너도나도 경쟁자를 특정 프레임에 가두고 공세를 펼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이렇다보니 12일 막을 올린 국정감사도 벌써부터 '정책국감 실종' 우려가 나온다. 프레임이 국민들에게 효과적인 메시지 전달 및 세규합의 방법이라고는 하지만 정치의 다면적인 측면보다는 특정 부분만을 부각시킨다는 점에서 '지양'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프레임 경쟁 '난무'

문재인 정부 출범후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권이 최순실 국정농단사태의 배경이 된 박근혜 정부를 '적폐'로 규정하고 '적폐청산'에 박차를 가하자, 야권에서는 문 정부에 '신적폐'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맞불을 놓았다.

이후 여권의 칼날이 이명박 정권으로까지 옮겨가자 야권은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여권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에 맞서 '정치보복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국감도 사실상 '프레임 경쟁'으로 점철되고 있는 모양새다.

민주당에서는 '민생제일 국감', '안보우선 국감', '적폐청산 국감'을 국감의 3대 기조로 들고 나온 반면, 한국당은 '무능심판 국감'을 다짐하고 나오면서 시작부터 '정책국감 실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국정감사는 보수정권 9년의 총체적 국정실패를 되돌아보고, 민생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헌정질서를 유린한 국정농단의 실체를 국민들 앞에 드러내고 바로잡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일치단결해 문재인 정권의 무능과 신.원조적폐 등을 심판하기 위한 총력체제를 가동시키겠다"고 맞받아쳤다.

주요 이슈마다 상대에 대한 공세수단으로 새로운 프레임이 등장하면서 정치권내에서도 각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국감은 적폐세력과 신적폐세력만을 부각시키고 있다"며 "정상적인 정치행위로서, 비공학적인 시점에서 보면 국정감사는 삼권분립인데 삼권분립은 전혀 없다. 누가 공격수인지 수비수인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프레임경쟁이 초래한 부작용"이라고 꼬집었다.

■"국민들의 이해 강요"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은 궁극적으로는 '권력'과 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상대방은 곤경에 빠트리고, 우호적인 세력을 결집시켜 여론 형성 및 정권 창출의 수단으로 프레임 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친 프레임 싸움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상대방에 대한 '낙인찍기'로 악용되면서 국민들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이현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간소화함으로해서 정치의 다면적인 측면을 한면으로만 일반화시키려고 하는 오류가 많이 발생한다"며 "자기들이 원하는 프레임에만 가두어서 국민들의 이해를 강요하는 측면이 있다. 요즘들어 부쩍 심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정치에서는 상대방의 장단점이 다 있는데 이를 프레임에 씌워서 획일화하고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치의 정쟁화와 국민 정서와의 괴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문제를 정쟁화시킬 수 있다"면서 "아울러 프레임의 효과도 점점 약해지고 있어 유권자의 동향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은 그들만의 싸움"이라면서 "국민들의 관심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fnkhy@fnnews.com 김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