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이란의 핵개발 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출범에 기여했던 국제사회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인증’ 선언에 일제히 비난과 우려를 쏟아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핵협정 준수 감독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협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파기하겠다고 선언한 13일(현지시간)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이란이 여러 차례 협정을 위반해 이행을 인증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아마노 사무총장은 "이란이 한 핵 관련 약속들은 현재 이행되고 있다"며 "이란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핵 검증체제의 대상이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와 러시아 등 핵협정 협상에 직접 참여했던 국가들도 미국의 결정에 우려를 표하고, 협정 준수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프랑스는 이란 핵협정에 계속해서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이란을 방문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핵협정 주요 참여국인 영국, 프랑스, 독일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인증' 선언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3개국 모두 협정을 완전히 이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도 핵협정 유지를 위해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당연히, 이 문제를 미국 측과 이야기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과 같은 주요한 분야에서 외교적 노력이 만들어낸 중요한 성취를 지켜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반핵단체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도 미국의 결정은 국제사회의 핵 억제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다만 이슬람 수니파 국가로 시아파 이란과 적대적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날 국영 TV를 통해 성명을 내고 "이란의 공격적인 정책과 같은 공통의 위협에 직면한 중동 지역 동맹들과 함께 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의 행동은 "용기 있는 결정"이라고 치켜세우며 "그는 이 나쁜 협상을 수정하고, 이란의 공격을 제어할 기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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