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北 문제 지렛대 삼아 TPP·FTA 협상카드 활용
【 도쿄·서울=전선익 특파원 조은효 김은희 기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2일 일본 총선 결과 사실상 3연임 굳히기에 들어감에 따라 한반도는 '강성 리더십'을 표방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 3기 리더십에 더욱 견고하게 둘러싸일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공산당 당대회를 통해 3기 체제 진입을 앞두고 있다. 북한 핵문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문제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강성 리더들에 둘러싸여 더욱 외교적 공간이 좁아지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 강경노선 심화 전망
아베 총리 3연임의 일등공신은 단연 '북한'이었다. 사학 스캔들로 지지율 폭락에 쓴맛을 보던 아베 총리를 구해낸 건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이은 미사일 발사실험이었다. 아베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북한 이슈를 부각시킴으로써 '위기를 극복해내는 총리'라는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나라를 지키는 당'으로 승리한다는 자민상의 선거전략 역시 명중했다.
총선기간 유세 현장 곳곳에서 터져나온 '안보'와 '북한'이라는 단어는 향후 일본 정권이 한반도 문제를 어떻게 대할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아베 총리는 앞으로도 높은 자민당 지지율에 대비되는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한반도 안보불안, 북한문제와 관련된 '강성 발언'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동북아에서 미국에 이어 '2등 리더십'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더욱 밀착해 갈 것으로 보인다.
대북접근법도 강경일변도로 흐를 공산이 크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대북문제에 있어서 일본은 미국이 취하고 있는 제재와 압박 기조를 따르고 있는데 아베 총리가 총선을 통해 자신감을 확보, 더욱 강경하게 나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면서 "한국을 제치고 미.일 한반도 문제를 주도해갈 우려도 없지 않다"고 우려했다.
아베 총리는 향후 내각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끊임없이 북핵미사일과 일본인 납치 등의 안보이슈를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장도 "대북정책에 있어 미국과 보조를 맞추려는 일본의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아베 총리는 다음달 초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일에 맞춰 한국에 적극적인 대북압박을 주문하는 등 미국에 더욱 밀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아베 총리로선 북한문제를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문제, 미.일 자유무역협정(FTA)등 경제이슈를 유리하게 끌고갈 공산이 크다.
반면 아베 총리가 선거를 통해 3연임을 굳힌 만큼, 북한문제에 다소 시들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아베 총리로선 국내 정치가 안정되면 될수록 대북 강경기조를 일부러 부각시키려 들진 않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 일본이 공들이고 있는 연내 한·중·일 정상회담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관계 갈등요인들을 적절히 관리해나갈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전쟁가능국가' 개헌 속도 낼듯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만들기 위한 개헌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5월 헌법 9조에 자위대 근거를 명기해 2020년에 시행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할수록 아베 총리의 개헌논리는 힘을 받게 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자민당이 압승할 경우 보통국가가 되기 위한 헌법개정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내년 본격적으로 일본 헌법개정이 중요한 정치이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북한문제와 함께 동북아의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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