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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이스피싱 총책에 ‘범죄단체 조직죄’ 첫 적용..징역 20년 확정

대법원이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 조직 총책에게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를 처음으로 적용, 징역 20년의 중형을 확정했다. 서민을 울리는 대표적 민생침해범죄인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법부의 엄단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인천에 콜센터를 두고 기업형 규모로 보이스피싱을 한 혐의(형법상 범죄단체의 조직 등)로 구속 기소된 이 조직의 총책 박모씨(46)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0일 밝혔다. 범죄수익 19억5000만원에 대한 추징명령도 그대로 유지됐다.

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최모씨(33) 등 조직원 36명에게 각각 징역 1년∼20년을 확정했다. 나머지 조직원 43명은 1, 2심에서 징역 10개월∼6년이 확정됐다.

재판부는 "사기범죄를 목적으로 구성된 계속적인 결합체로서 총책을 중심으로 내부의 위계질서가 유지되고 조직원의 역할분담이 이뤄지는 최소한의 통솔체계를 갖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는 원심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대부중개업을 하던 박씨는 2013년 사업이 어려워지자 인천에 사무실을 마련, 전화 대출 사기를 벌일 77명의 조직원을 모집해 범죄단체를 꾸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조직원에게 대포폰(차명 전화기)과 노트북을 개별지급하고 범행방법을 정리한 매뉴얼을 통해 1∼2주간 사전 교육을 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준비했다. 본부조직과 콜센터, 현금인출팀으로 조직을 나눠 대출 사기가 체계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검거에 대비해 이익금의 30%를 변호사 비용으로 예치해 놓기도 했다.

박씨 조직은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신용등급을 올려 저리로 대출해주겠다"고 속여 신용관리비 명목으로 피해자 3037명에게서 1인당 100만∼300만원을 받아 총 53억9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1, 2심은 "이 사건 조직은 중소기업과 유사할 정도로 체계가 잡힌 범죄단체이고 피고인들은 조직적·체계적으로 역할을 분담해 범행했다"며 범죄단체조직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박씨는 범죄단체 조직이 아니라며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