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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코앞 고3 체육복 등하교 금지 논란

1.2학년이 따라 배운다며 복장단속 나서 학생들 반발
어길땐 생기부 기재 통보에 항의하는 대자보 교내 등장

수능 코앞 고3 체육복 등하교 금지 논란
서울 A여자고등학교에서는 학교 측의 복장 단속에 반발하는 3학년 학생이 체육복 등하교를 요구하며 교내에 대자보를 붙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복장 단속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매년 수능을 앞두고 허용했던 고3 체육복(생활복) 착용을 올해는 등하교 때 금지하겠다고 해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이다. 일부 교사는 지침을 어길 경우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겠다고 해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대자보까지 등장했다.

■수험생 상대 복장검사…생기부 거론도

1일 학생들에 따르면 서울 A여자고등학교는 최근 등하교시 체육복을 입은 3학년 학생들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이 학교는 최근 수년간 수능을 앞두고 수험생 편의를 위해 3학년 학생들이 편한 체육복을 입은 채 등하교하는 것을 허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갑자기 등하교시 체육복이 아닌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측은 "교복이 예쁘고 보기 좋다" "교복이 유명무실해진다" "1~2학년이 따라 배운다" 등의 명분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등교한 뒤 교복을 체육복으로 다시 갈아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한 반에서는 등하교시 교복을 입고 와서 갈아입은 게 맞는지 확인한다며 교복을 책상 위에 꺼내놓으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반에서는 복장 문제로 반성문 작성을 요구받은 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부에 몰두하기도 바쁜 고3 학생들이 복장검사로 인해 불필요한 시간 소모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추워진 날씨에 체육복 안에 두툼한 후드티 등을 껴입는 것을 사복이라는 이유로 규제하고 있다.

학교가 문제 삼는 것은 복장만이 아니다. 수험생이라면 교실에서 자습을 하다가 졸음이 오면 잠깐 복도에 나가 공부한 경험이 있기 마련이다. 이 학교에서는 긴급시 대피공간 확보를 이유로 복도에 책.걸상 두는 것을 막았다는 것이다. 한 교사는 관련 지침을 어길 경우 생활기록부 행동발달사항에 기재하겠다고 통보했다. 참다 못한 한 학생은 학교 측에 항의하는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고 다른 학생들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과잉지도 가능성, 주민 시선만 의식"

해당 학교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 학교도 찾아갔으나 답변을 얻을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측이 생활기록부를 언급하면서 복장 단속을 하는 것은 과잉지도에 해당할 수 있고 학생 복장은 날씨를 감안해 융통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당한 사유 없이 복도에서 공부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학습권 침해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교육청 관계자는 "생활기록부 운운하면서 복장 단속을 하는 것은 과잉지도일 수 있다.
사안을 자세히 살펴봐야겠지만 생활복, 교복을 다 입을 수 있는데 등하교 때만 복장 단속을 하는 것은 교육적 목적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추위에 사복을 껴입는 것은 학교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규제하는 것은 과잉지도에 해당할 수 있다. 복도 공부 금지 역시 타인의 학습권을 현저하게 침해하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경우 등 합당한 이유가 없으면 학습권 침해"라고 말했다.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공현 활동가는 "교복이 불편하고 보온이 제대로 안돼 체육복 착용을 허용하고도 등하교 때만 복장 단속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편의성, 건강 문제보다 동네 주민들 시선만 의식한 조치 같다"며 "단속 범위를 학생들과 협의하지 않고 교장이나 생활지도부 교사가 자의적으로 정해 학생들이 불편을 겪을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