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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訪韓] "어떤 경우든 한·미 이견 있다는 것, 北에 보이지 말아야"

트럼프 방한 전문가들의 제언
한·미 정상회담 이것만은 피하라
"美와 함께 가겠다는 신뢰를 보이는 건 日서 식사 4번, 10번보다도 값질 것"

[트럼프 訪韓] "어떤 경우든 한·미 이견 있다는 것, 北에 보이지 말아야"
[트럼프 訪韓] "어떤 경우든 한·미 이견 있다는 것, 北에 보이지 말아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6일 일본 도쿄 모토아카사카(元赤坂) 영빈관에서 열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도 거른 채 청와대·외교부·국방부 등 외교안보라인 참모들과 함께 세번째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마지막 체크리스트를 점검했다. 이미 한.미 정상회담에 임하는 큰 얼개는 정해진 상황. 지금부터는 회담의 성패를 가를 '실수'를 막는 게 최선이다. "이것만은 피하자." 회담장 입장 전 마지막 제언을 외교·경제 원로 및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미·중 간 균형외교, 불신외교로 치닫지 않도록 하라"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은 미·중 둘 모두에게 신뢰를 잃는 경우"라며 이런 장면만은 막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송 전 장관은 "강대국이 아닌 약소국일수록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대국들이 볼 때 '저 나라는 저런 원칙이 있는 나라구나' 하는 인식이 들도록 해야 주변국들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복병은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아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기한 '미·중 균형외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不) 입장'(사드 추가 배치 없다, MD 참여 안한다, 한·미·일 군사협력 안한다)을 미국 측에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는 "균형외교가 몰고올 파장과 그로 인한 불신 해소에 초점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 명예교수는 "전임 박근혜정부 시절 제기된 '중국경사론'의 여진이 아직도 여전히 워싱턴과 도쿄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한국은 결국 중국에 붙을 것'이라는 오해의 눈길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명예교수는 "대중국 관계 회복과 대북 대화 이행과정에서 한·미 관계 역시 더욱 강화하고 발전시키는 고도의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 정부의 능력이 여기서 판가름날 것"이라고 말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도 비슷한 맥락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한.미 양국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북한에 보이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윤 전 원장 역시 "어떻게 보면 한국이 '균형외교'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않는 게 상책"이라며 "최근 3불 입장이 회담의 갈등사안으로 부상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전 국방부 국방개혁실장)는 "아베 신조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식사를 네번이나 한다는 등 일본에서의 환대가 연일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으나, 한국은 미국과 어떤 상황에서도 함께할 것이란 믿음을 준다면 식사 열번 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직접 숫자로 대응하지 말아야"

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은 "숫자로 말하지 말라"고 제언했다.

유 전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측 참모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직접 거론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문 대통령이 지난번 첫 한·미 정상회담 때처럼 직접 숫자로 세세하게 논하는 건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또 "당당한 협력외교를 한다고 해서 자칫 'FTA 깰 테면 깨봐'라는 식으로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 정신에 입각해 한국이 수용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가감없이 얘기함으로써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이나 FTA 개정협상을 거론할 수 있는데, 문 대통령이 직접 세세하게 구체적인 숫자(데이터)로 대응할 경우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큰 그림을 논한다는 소위 정상 간 대화의 묘미를 살려가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가 무력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한.미 간 세세한 액션플랜(행동계획)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유명환 전 장관은 "북한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돌발사태나 무력충돌이 야기되지 않도록 한.미 양국이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이번에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FTA, 소극적 대응은 금물"

주로 경제 원로들은 FTA 개정협상과 관련, '당당히, 전략적'으로 임하라고 조언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을 지낸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FTA를 폐기한다면 미국 역시 타격이 크다는 논리를 당당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이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서도 "한국은 미국에서 7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사오는 막대한 무기구입국이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FTA 개정이 한.미 간 교역 확대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도록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19대 국회의원)도 미측 FTA 요구사항에 대해 '받을 것은 받고, 할 얘기는 하는' 현실적인 대응을 주문했다.ehcho@fnnews.com 조은효 박소연 정상균 김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