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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한 첫날] 日은 "손님이 왕" 韓은 "주객 절충".. 트럼프 맞는 자세

청와대 의전 코드
1박2일로 방문 기간 짧아 알찬 24시간 구성에 초점
日 극진 대접에도 외교 실패.. 靑 절제된 환대로 실리 챙겨

[트럼프 방한 첫날] 日은 "손님이 왕" 韓은 "주객 절충".. 트럼프 맞는 자세

정상외교의 의전은 흔히 '외교 최일선의 예술' '디테일의 미학'으로 불린다.

7일 25년 만에 한국을 국빈방문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청와대의 의전 코드는 한마디로 '절제와 실속의 미학'이다.

철저하게 트럼프 대통령의 기호에 모든 의전코드를 맞춰 '타자중심 의전'을 선보인 일본과 달리 우리의 의전은 '주객의 기호를 절충'하는 모습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빈으로서의 의전은 7일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이 오산기지에 도착한 직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윤제 주미대사의 영접으로 시작됐다. 공식방문은 외교부 의전장과 주한 미국대사가 마중을 나간다.

지난 6월 '공식 실무방문'으로 워싱턴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맞이한 미국 측 인사는 미 국무부 의전장 대리, 수전 손턴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리였다. 이어 최고영접을 상징하는 21발의 예포(3부 요인 19발, 장관급 17발)가 울렸다.

■日, '손님에 초점', 韓, '주객 접점 의전'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1박2일로 일본(2박3일)에 비해 짧다는 여론을 감안, 알찬 24시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오모테나시(일본 특유의 극진한 대접)' 문화를 선보이고도 일본과의 무역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한 트럼프의 작심 발언을 막지 못해 과공비례 비판이 나오는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절제되고 실속 있는 의전으로 국빈에 대한 예를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예정에 없이 경기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한 것은 정상 간 접촉 기회를 확대함과 동시에 국빈에 대한 예우 측면도 강하다.

'절제된 환대'는 한반도 안보상황이 엄중하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미국 텍사스에서 총기난사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있던 신자 중 최소 26명이 숨지고 2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더욱 '절제된 의전'을 진행할 방침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텍사스 총기난사 사건과 관련 위로문을 보내 애도를 표한 것도 청와대 의전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절제된 의전 속에서도 '주객 절충 의전'은 국빈만찬 메뉴와 국빈만찬 공연에서 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맛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한국적인 맛을 가미한 '퓨전한식'이 메뉴로 오른다. 일례로 지난 2014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청와대는 색동구절판, 삼계죽, 궁중신선로 등의 전통 음식에 미국산 안심스테이크를 만찬 음식으로 냈다.

■靑 "따뜻한 환대 요청" 대국민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 방한 1박2일간 이동수단도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용하는 차량과 헬기는 미국에서 공수한 것으로 오산기지에서 평택기지로 이동할 때 미국 대통령 전용헬기인 '마린원'이 사용됐다. 전용차량인 '캐딜락 원'은 이미 지난 5일 미국 공군 수송기를 통해 반입됐다. 여기에 우리가 제공하는 사이드카 19대(화물용 2대 포함)가 캐딜락 원과 수행원 탑승차량을 에워싼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는 미국 백악관 경호실도 있지만 방한한 외국정상의 경호 책임은 대통령 경호처에 있기 때문에 우리 경호처에서 문 대통령의 일정은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단독으로 소화하는 일정에도 근접경호를 한다.

청와대는 경호안전을 위해 청와대 앞길 차량을 통제했으며, 국빈 의전에 따라 전날 오후부터 청와대와 정부청사, 공항과 숙소, 행사장 주변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게양했다. 광화문 인근 도로엔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철제 펜스가 설치됐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손님을 환대하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이다. 국민 여러분께서 마음을 모아 따뜻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해 달라"고 이례적인 반미시위 자제 촉구 메시지를 보낸 것도 청와대 의전의 연장선으로 비친다.
박 대변인은 이날 신뢰를 상징하는 파란색 바탕에 트럼프 대통령의 당적인 공화당을 상징하는 코끼리 그림이 촘촘하게 새겨진 넥타이를 매 눈길을 끌었다.

8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장 연설 역시 국빈방문 의전 프로토콜에 따른 것이다. 한편 미국 대통령의 국빈방문은 노태우정부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 이후 25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