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이슬람국가(IS), 이라크-시리아 내 모든 도시 상실...건국 3년만에 패망


"후퇴도, 협상도, 항복도 말라"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지난 9월 공개된 녹음 연설에서 패망을 앞둔 와중에도 IS 단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그리고 IS 단원들은 약 2개월이 지난 지금, 바그디디의 당부를 피치 못하게 실천하게 됐다. 더 이상 후퇴할 곳도, 협상할 상대도, 항복할 조건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시리아 정부군은 9일(이하 현지시간) 시리아 영토 내 IS가 점령한 마지막 도시인 아부카말을 3년 만에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IS는 이라크와 시리아에 걸쳐 모든 점령 도시를 상실했다.

■'칼리프 국가' 선포 3년 만에 패망
IS의 흥망성쇠는 주변 중동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드라마였다. 원래 국제 테러단체인 알카에다의 이라크 하부조직이었던 IS는 2011년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시작했다. 시리아로 건너간 IS는 2013년까지 반군과 함께 정부군에 대항했으나 이듬해 반군과 불화로 다시 이라크에 복귀해 세를 불렸다. 전후 혼란을 틈타 성장한 IS는 2014년 6월에 이라크 제 2의 도시 모술과 인근 유전지대를 점령하면서 역사상 가장 부유한 테러조직으로 급부상했다. 수괴 바그다디는 같은달에는 이슬람교의 창시자안 무함마드의 후계자(칼리프)를 참칭하며 이슬람 세계의 충성을 요구했다. 이라크와 시리아 북부를 아우르는 영토를 확보한 IS는 2014년 중반에 700만~800만의 인구를 지배하는 세력으로 거듭나면서 자체 통화나 법률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전황은 2014년부터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동맹군이 IS 격퇴에 착수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IS에 밀리던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 쿠르드족 및 이슬람 시아파 민병대들은 국제 동맹군의 지원으로 반격에 나섰다. 그 결과 IS는 올해 7월과 10월에 걸쳐 각각 모술과 수도인 시리아 락까를 잃고 끊임없이 밀려났다. IS는 9일 기준으로 모든 도시 거점을 상실해 시리아 동부 사막지역과 이라크 국경인근 마을 등을 겨우 장악한 상태로 더 이상 '국가'가 아닌 한낱 테러조직으로 전락했다.

이슬람국가(IS), 이라크-시리아 내 모든 도시 상실...건국 3년만에 패망
지도 내 검은색 부분이 10일(현지시간) 기준 IS 점령 지역 /사진=LiveUAMap

■정복·야만·테러에 의존했던 유사국가
가디언은 IS가 미국의 개입이 없었더라도 오래갈 수 없는 체제였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IS가 칼리프 국가를 선언한 만큼 지속적인 승리를 거둬 신의 가호를 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시에 약탈할 영토를 확장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S는 이슬람 종파 중에 수니파를 추종하는 세력으로 이라크 중북부의 수니파 거주 지역을 점령한 이후 그대로 갇혀버렸다. 시아파가 많은 이라크 남부로 진격하지 못했을 뿐더러 터키나 인근 중동국가의 국경지대로 세를 넓히는 데도 실패했다.

또한 IS의 통치 방식도 문제가 많았다. 이라크 내 수니파 지역사회는 IS가 전성기를 누리던 2014년에 IS와 협력하는 대가로 안전과 질서를 얻었다. 그러나 IS는 2015년 들어 시대에 뒤쳐진 이슬람 율법을 꺼내들며 폭정과 학대를 일삼았고 늘어가는 탈영병들을 붙잡지도 못했다. 지난 10월 락까에서 최후까지 항전하던 IS 단원들은 전부 외국인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서방세계에 대한 의식적인 적개심이 결국 화로 이어졌다. IS는 2015년 파리 동시다발 테러, 2016년 브뤼셀·2017년 맨체스터 테러 등을 자행하며 끊임없이 유럽을 공격했고 테러를 저지를 때마다 더 많은 적을 상대해야 했다. 이 같은 행위는 IS의 목적이 자위권 행사라는 주장을 무너뜨렸으며 국제사회가 일제히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가디언은 IS가 영토를 상실한 이상 다른 테러조직들처럼 숨어 다니며 이슬람 극단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S 잔당은 어디로?
IS의 수괴인 바그디디는 함락된 아부카말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장기간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던 그는 한동안 사망설에 휩싸였으나 올해 9월 육성 연설을 통해 건재를 과시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바그디디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이상 끊임없이 IS의 부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미 외교전문지 디플로맷은 7일 중앙아시아에 5000여명의 IS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고 세계 이슬람 인구의 40%가 남아시아에 있다며 이들 지역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플로맷은 파키스탄 탈레반(TTP)의 강경분파인 자마툴아흐랄(JA)이 IS와 연대를 선언한 가운데 지난달 JA 지도부가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점을 들어 IS 잔당들이 JA에 직접 침투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동 국가들도 IS 잔당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9일 기자회견에서 IS 잔당들이 리비아를 거쳐 이집트로 들어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날 터키 당국은 수도 앙카라에서 IS 가담 용의자 165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찹의장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IS 수뇌부가 점령지 상실을 상쇄하기 위해 각 지역 무장조직을 상대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IS가 온라인을 기반으로 가상의 칼리프 국가를 세워 활동을 계속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에 온라인으로 IS를 접한 단원들의 경우 부와 모험, 명성 등에 혹해 IS를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IS가 온라인으로 살아남더라도 물리적 보상을 줄 수 없다면 예전처럼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