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변명 말고 검찰 출두를" 野 "초법적 정치보복 중단돼야"
김관진 전 장관 질문하자 "상식에 벗어난 질문 말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강연차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12일 문재인정부를 비롯한 여권에서 진행하고 있는 '적폐청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적폐청산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대통령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강연을 위해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의 적폐청산 활동이 감정풀이나 정치보복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전 대통령은 "나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 중 하나였다"며 "그런데 이것(적폐청산)은 국론을 분열시킬 뿐만 아니라 중차대한 안보위기에도, 한국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발전과 번영은 어렵지만 파괴하고 쇠퇴시키기는 쉽다"며 "새 정부 들어 오히려 사회가 분열되는 걸 보며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힌 뒤 이어진 기자들의 질문에는 대답을 아꼈다. 특히 구속된 김관진 전 국방장관과 관련된 질문에는 "상식에 벗어난 질문을 하지 말라"며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인천공항에 동행한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잘못된 것이 있으면 메스로 환부를 종양을 도려내면 되는 거지, 전체를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드는 것은 국가 안보 전체에 위태로움을 가져오는 일이라는 말씀"이라고 부연설명을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검찰의 수사가 점차 확대되는 것에 대해 선을 그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 11일 이명박 정부시절 군 사이버사령부 여론조작활동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김 전 국방장관이 구속되면서 이 전 대통령으로서는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
김 전 장관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사이버사 군무원 증원, 활동내역 등을 이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고 보고했다는 사실을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발언과 관련해 정치권은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집권기간 동안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불법을 자행한 이 전 대통령이 국민들께 사과하기는커녕 온갖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은 귀국 후 검찰에 출두해 진실을 밝히고 사실관계에 따라 정치적·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적폐청산은 대한민국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당 역시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후퇴의 장본인인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라고 발끈했다.
반면, 보수정당들은 이 전 대통령 발언에 동조하는듯한 입장을 전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이름으로 하고 있는 초법적인 정치보복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며 "지난 6개월 동안 문재인 정부가 한 것에 '적폐청산'이란 말 밖에 기억이 안 날 정도인데, 이 폭주를 멈추지 않으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도 논평을 통해 "문재인정부의 브레이크 없이 이성을 잃은 적폐청산 놀이가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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