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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인종차별 발언 논란

수업중 흑인 유명인들과 찍은 사진 보여주며
"검은 사람 만나니 나도 검어지는 것 같다" 발언
총장측 "동질감 느껴 닮아간다는 뜻에서 한 말"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인종차별 발언 논란

신성철 KAIST 총장(사진)이 수업 중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 총장 측은 동질감을 느껴 한 발언을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27일 KAIST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신 총장은 지난 20일 물리학과 '콜로퀴움' 수업에서 흑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꺼내놓고 "내가 검은 사람을 점점 만나다 보니 내 얼굴도 점점 검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신 총장이 가져온 사진에는 그가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만난 에티오피아, 케냐 대사, 아프리카 대학 총장 등 해외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었다는 게 학생들 전언이다. 학생들은 외국인 학생들과 교류가 많은 상황에서 신 총장의 발언을 듣고 인종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검은 사람 자주 만나 나도…"

신 총장은 이날 연사로 초청돼 물리학과 학생, 대학원생 76명가량이 참석한 가운데 '행복'을 주제로 1시간30분 동안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신 총장이 수업 중 자살을 희화화했다고도 주장했다. 학생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신 총장이 돈, 권력, 인기 등을 설명하면서 자살한 전 대통령 영정과 자살한 연예인 영정을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너희들도 오리 연못에 들어가지 말라'고 말했다"며 "과거부터 KAIST에서 자살이 연이어 발생한 사실을 떠올린 학생들이 정신적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털어놨다. 오리 연못은 KAIST 안에 있는 대규모 연못을 말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학생 인권위는 학내 게시판 등에 '재미없다, 단지 부끄러울 뿐이다'라는 글을 올려 문제를 제기했고 신 총장은 23일 부학생회장과 면담을 갖고 꾸짖었다는 게 학생회 주장이다. 학생회에 따르면 신 총장은 이날 "해당 발언은 동질감을 느끼는 말이었다"며 "이걸 비하한다고 느끼는 너희들이 오히려 흑인들을 비하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는 것이다. 이어 "해명도 없이 (인터넷 등에) 글을 올리는 게 예의가 없다"고 말했다고 학생회는 밝혔다.


■"일부 문장 갖고 인신공격"

학생회는 신 총장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고 학내 영자신문을 통해 외국인 학생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총장실은 "최근 총장님이 아프리카에서 오는 다양한 인사와 교류가 많다 보니 동질감을 느껴 닮아가는 것 같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며 "좋은 뜻으로 이야기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이 검은색이 나쁘다는 선입견을 가져 오히려 잘못 받아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케냐에 KAIST 설립을 놓고 이야기를 하던 중 나온 내용인데 일부 문장을 갖고 총장 인신공격을 하는셈"이라고 덧붙였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