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발언 인용 두고 왜곡논란 일자
천주교 주교회의 직접 찾아가 설명
靑 "상호 유익한 대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경기 수원시 이목로 천주교 수원교구를 찾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낙태 관련 발언을 왜곡 인용했다는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천주교 주교회의를 직접 찾아갔다.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사실상 사과의 뜻을 전한 것이다.
조 수석은 이날 경기 수원시 이목로 천주교 수원교구에서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용훈 주교를 만났다. 이날 예방에는 청와대 가톨릭신자 모임인 '청가회' 회자인 박수현 대변인도 함께했다.
앞서 조국 수석은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 국민 청원에 답하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고 언급했으며 이에 대해 주교회의 생명윤리위는 "교황은 인공 임신중절에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반발했다.
조 수석은 이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 교황의 인식을 호도하려는 게 아니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가 낙태 관련 문제에 대해 어떠한 예단도 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변인은 면담이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생명 존중이라는 천주교회의 입장을 겸허하게 청취했다"며 "청와대의 청원 답변 내용 중 교황의 말씀은 '아이리쉬 타임즈' 기사를 압축하는 과정에 실수가 있었음을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날 면담에 대해 '상호 유익한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예방으로 논란이 사그라들지는 미지수다. 천주교계가 낙태죄 폐지 반대를 촉구하며 청와대의 낙태죄 폐지 공론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서다. 앞서 주교회의는 지난 28일 전국 16개 모든 교구에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 이름으로 공문을 보내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명 서명운동' 동참을 촉구했으며 평신도 단체인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도 천주교 신자 국회의원 80명에게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이같은 천주교계의 움직임에 대해 청와대는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찬반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참모진과 만나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를 예단하지 않는다는 점을 오해없도록 잘 설명하라"고 말한 바 있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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