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연임관행에 작심발언
"경쟁후보 없이 연임하는 것 CEO의 중대한 책무유기" 금융당국 향후 행보에 주목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국내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 관행을 지적하고 나섬에 따라 앞으로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최 위원장은 29일 국내 대형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연임 관행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스스로 (자신과) 가까운 분들로 CEO선임권을 가진 이사회를 구성해 본인의 연임을 유리하게 짠다는 논란이 있다"며 "이는 유력한 승계 경쟁 후보가 없기 때문인데 본인 이후 경영공백 없이 승계작업을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것이 CEO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이 있었고 앞으로도 그러한 움직임이 있는 상황이어서 금융당국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특히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이날 있었던 '장기.소액연체자 지원 대책' 브리핑 이후 기자단 질의.응답 과정에서 나온 답변으로, 발표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이어서 사실상 작심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여론의) 관심사가 금융지주사 CEO 선임 문제다"며 "연임과 관련해 많은 분이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금융지주사 CEO는 은행권 지배구조 특성상 다른 일반 회사와도 구분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2금융권과 달리 CEO 선임에 미치는 특정 대주주가 없다보니 해당 CEO가 본인의 연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냐는 것이다. 이같은 구조에서는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는 또 "만약 자기와 경쟁할 사람을 인사 조치해 대안이 없게 만들고, 자기 혼자 (연임을) 할 수밖에 없게 분위기를 조성한 게 사실이면 CEO의 중대한 책무를 안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는 CEO (선임)뿐 아니라 경영진 구성을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그러나 이런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도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및 은행들에 대한 리스크실태점검을 마치고 결과를 정리 중이다. 이같은 CEO 선임 과정 등 지배구조 문제까지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또 최근 두 명의 최종면접 후보자가 가려진 차기 우리은행장 선출 과정에 대해 "과점 주주가 주축이 돼 자율적으로 선임했고, 저는 두 후보자의 이름을 최근에야 들었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연합회장 선임도 마찬가지다. 많은 분이 (김태영 신임 회장에 대해) 의외라고도 하지만, 자율적으로 선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남은 금융 관련 협회장 선임이 있는데, 자율적으로 회원사 이익을 보호하고 금융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잘할 분을 선임할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기업 그룹에 속한 회원사 출신 분들이 그런 그룹의 후원을 받아 계속 회장에 선임됐는데, 그런 일이 또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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