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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건] 구금·고문으로 허위 자백 31년만에 간첩혐의 벗어

1980년대 중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옥살이를 했던 나종인씨(79). 그는 1961년 6월 누나의 권유로 월북한 뒤 귀국해 군사기밀을 수집했다는 등의 의혹을 받았고 1984년 10월 국군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에 의해 연행됐다가 석방됐다. 그러나 다음해 4월 북한공작원으로부터 공작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나씨는 수사 과정에서 구타나 고문 등의 가혹행위를 심하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씨는 같은해 8월 유죄를 인정 받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으며 1986년 3월 형이 확정됐다. 1998년 1월 출소한 나씨는 2015년 3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같은해 12월 재심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 8월 서울고법 형사6부(정선재 부장판사는)는 나씨의 재심 항소심에서 31년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되자 나씨가 불법 연행돼 구금됐거나 고문,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 피의자 신문 조서와 경찰 단계의 진술서 등의 증거 능력에 대해 위법 수집 증거라는 원심의 판단은 타당해 보인다"며 "경찰 단계에서 조서는 나씨가 내용을 부인했기 때문에 증거 능력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밖의 자료를 보더라도 나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할 만한 증명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결론적으로 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도 "피고인이 국군보안사령부에 불법 구금된 상황에서 변호인과 접견도 금지된 채 고문에 의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자백한만큼 피고인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피고인이 작성한 진술서는 위법 수집 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장기간 구금과 가혹행위 등으로 인해 허위 자백을 했고 이후 피고인의 동생, 누나, 부인 등 친인척들도 국군 보안사령부에 연행돼 불법 구금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친인척들을 지키기 위해 검찰에서도 허위 진술을 이어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검찰은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나씨의 재심 결과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한편 나씨는 2012년 보안사령부 수사관 시절 고문 사실을 폭로하려 한 김병진씨를 간첩으로 지목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등으로 재판을 받던 추재엽 전 서울 양천구청장에 대해 "자신도 피해자"라며 서울고법에 탄원서와 진정서를 낸 바 있다. 추 전 구청장은 2013년 4월 징역 1년 3개월의 형을 확정받아 당선이 무효가 됐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