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평' 앱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인터넷 외모지상주의 확산
최근 얼평(얼굴평가)가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면서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거나 초상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셜데이팅 어플리케이션에도 관련 기능이 탑재되기도 한다. 아만다, 글램 등은 회원가입을 위해 이성으로부터 얼굴을 평가받거나 외모등급이 나눠지기도 한다. 그래픽= 홍선주 기자
"머리카락이 얼굴을 너무 가려요. 눈은 밋밋하고 눈썹 산이 하늘을 찌를 것 같네요.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에요. 쌍꺼풀과 코를 성형하면 예뻐질 것 같네요. 예쁘단 말 듣고 싶었다면 죄송." 한 커뮤니티 이용자가 '얼평'(얼굴평가)을 요청하자 답글로 달린 글이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행하는 얼평이 외모지상주의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얼평은 온라인 세상에서 불특정다수에게 자신의 외모를 평가받는 것이다. 각종 커뮤니티는 물론 유튜브, 아프리카TV 등 1인 방송에 셀카를 올린 뒤 평가를 해달라는 사례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밖에도 얼평 기능이 담긴 소셜데이팅 어플리케이션(앱) 아만다, 글램 등의 얼평은 인지도가 높다. 아만다는 이성회원들로 부터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글램은 외모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사용자들은 이 기능이 회원 수를 늘리는 데 큰 도움을 줬을 거라 입을 모은다.
서울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예전엔 친구들끼리 '누가 더 잘생겼나?'라는 농담을 하곤 했는데 요즘은 아예 얼평어플로 우열을 가린다"고 말했다. 일종의 '외모등급화'가 이뤄지는 셈이다.
연세대학교 이동귀 교수는 "수저론 같은 계급화가 유행처럼 번진 가운데 젊은이들은 경제력 대신 외모로 계급을 나누는 것 같다"며 "일반인이 1인 방송, 브이로그(비디오+블로그) 등에서 자신을 공개하는 문화가 펴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1인 미디어가 보편화가 된 지금은 연예계 데뷔가 아니더라도 '페북스타', '인스타얼짱' 등 벼락스타가 될 수 있다. 개인발언에 영향력이 생기고 각종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는 등 파급력이 생기는 경우도 적잖다. 젊은이들이 유명세를 얻기 위해 얼굴을 알리고 관심을 받으려는 것.
문제는 일정 수준을 넘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실제 얼평 요청글엔 "눈이 작다"거나 "못 생겼다" 등 인신공격적인 답변을 자주 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얼평을 검색하면 '돌직구 성형 얼평 견적', '남는 게 상처뿐인 얼평' 등 관련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결국 몇몇 작성자는 성형수술까지 고려하는 경우에 이르게 된다.
인천에 사는 고등학교생 B양은 "친구들과 재미로 얼평을 받은 적 있는데, 눈이나 코를 성형하라는 지적을 받아 상처를 받았다"며 "자극적인 답변이었다면 외모 콤플렉스가 생겼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초상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젊은 세대에서 얼평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원치 않는 상대의 외모까지 거리낌 없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실제 BJ(인터넷 개인 방송인)들이 행인을 붙잡고 대화를 시도하는 사례가 공론화된 바 있다.
대학생 C씨는 "싫다는 대도 시청자들에게 '예쁘죠?'라며 카메라를 들이미는 사람을 만난 적 있다"며 "동의도 없이 내 외모가 모르는 사람들의 대화거리로 전락해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6월에는 BJ가 길거리에서 여대생 얼굴을 평가하는 방송을 진행해 대학가에 'BJ 출몰 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동귀 교수는 "외모는 자존감을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로, 젊은 층 사이에서의 얼굴평가는 기성세대와 다른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도 "이런 유행으로 외모를 희화화, 비하하는 행동은 가치판단이 형성 중인 청소년들이 특히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한 외모지상주의는 인식개선이 유일한 해법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인신공격성 악성댓글에 대해선 명예훼손 및 모욕행위 등으로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
얼평방송과 관련, 외국에서 유사사례에 대해 법적 처벌을 고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 프랑스 정부는 남성이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언어적 성희롱을 하거나 집요하게 추파를 던질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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