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감경 등 '이점' 고려… 빠른 판단을
처벌 면제.감경 제한기준 있어.. 본 피해자 손배청구 땐 제외
감면 혜택 누설하면 박탈도
2명의 용의자가 각각 다른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고 있다. 담당 검사는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둘 다 순순히 범행을 자백하면 가벼운 형벌을 구형할 것이고 한 사람만 자백한다면 다른 사람은 무거운 형벌을 구형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검사는 만약 둘 다 혐의를 부인해도 가벼운 형벌을 받을 것이라고도 귀띔했다. 검사에게 협력하느냐, 자신의 이익에 치중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게임이론에 나오는 고전적인 '죄수의 딜레마' 사례다.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한 대표적 정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리니언시(담합자진신고)'다. 리니언시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로, 담합을 한 사업자가 자진신고를 하면 1순위에는 과징금 전액과 검찰 고발을, 2순위에는 과징금 50%와 검찰 고발을 각각 면제해 주는 제도다.
최근 최저가 입찰 담합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LNG(액화천연가스) 담합 사건에서도 리니언시 제도가 이용됐다. 공정위는 LNG 저장탱크 건설공사 입찰에 담합한 13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35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 고발을 결정했다. 1심 법원도 건설사와 임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두산중공업은 과징금 177억원 전액과 검찰 고발을, 포스코건설은 225억원 중 절반인 113억원과 검찰 고발을 각각 면제받았다.
실제 공정위에 적발된 담합사건의 상당수가 리니언시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유의동 바른정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는 담합사건 45건 중 60%인 27건을 리니언시를 이용해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리니언시 제도의 처벌 면제 또는 감경 효과를 의식해 담합 당사자가 담합을 자진신고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도 제기되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 처벌을 면하기 위해 자신신고가 무분별하게 남발될 뿐 아니라 자진신고 자체를 담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운영고시를 개정해 자진신고한 업체 임직원은 직접 심판정에 출석하고 자진신고 업체가 리니언시 혜택을 받은 사실을 누설할 경우 감면 혜택을 박탈하도록 했다.
법조계는 리니언시를 적용받더라도 모든 피해가 감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백광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리니언시를 하더라도 담합으로 피해를 본 피해자가 제기하는 손해배상청구로부터는 자유롭지 못하다"며 "입찰담합의 경우 부정당업자 제재처분 역시 면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백 변호사는 "담합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이겠지만 만약 담합을 하게 된 경우라면 빠른 자진신고와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도움말=법무법인 바른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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