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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는 철새? 이제는 텃새

잦은 이직으로 '철새'에 비유됐던 펀드매니저들이 한 회사에 머무르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자금을 굴리는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커지고 운용사마다 투자 철학이 확고해지면서 펀드매니저들의 ‘텃새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번달 초 기준 공모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5년12개월로 나타났다. 10년 전인 2008년 12월 초에는 평균 근무 기간이 2년11개월이었다. 10년 사이 평균 근무 기간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펀드매니저들의 평균 근무 기간은 그동안 수개월씩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펀드매니저들의 근무 기간이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는 기관 자금 유입이 꼽힌다.

10년 이상 펀드매니저 생활을 해온 A씨는 "예전에 비해 개인 자금보다 기관 자금의 비중이 커졌다"며 "기관투자자는 펀드매니저가 바뀌면 페널티를 부여하거나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많아 펀드매니저가 한 곳에 머무르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운용사 입장에선 성과에 따라 들쑥날쑥한 개인 자금보단 오래 머무르고 기준이 명확한 기관 자금을 선호하는 편"이라며 "기관 자금을 유지하기 위해 펀드매니저들에게 합당한 대우를 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과거보다 운용사별 색깔이 뚜렷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인 B씨는 "시장 문화와 환경이 성숙해지면서 각 운용사의 투자철학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해당 철학에 대해 믿음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은 사실 다른 데로 옮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무 기간이 지금보다 더 길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중심으로 과당경쟁이 벌어져 펀드매니저들이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며 "이제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운용사들의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긴 호흡의 투자를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선 20~30년 동안 한 곳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가 비일비재하다"며 "장기적으로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성과를 원하는 분위기가 강화되면서 철새 펀드매니저들이 움직일 곳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ethica@fnnews.com 남건우 기자